7일 오전 8시 당산역 외선순환 방향으로 출근하던 시민들 대부분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7일 오전 8시 당산역 외선순환 방향으로 출근하던 시민들 대부분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7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 수도권에 사상 처음으로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지만 출근길에 오른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당산역에서 외선순환 지하철을 기다리던 시민 100여 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11명에 불과했다. 이 시간 서울 영등포구 초미세먼지는 여전히 ‘나쁨’ 단계였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7㎍/㎥(1㎍=100만분의 1g)으로 전날 평균 100㎍/㎥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미세먼지(PM10) 농도 역시 전날 평균 141㎍/㎥에서 이날 오전 8시 34㎍/㎥까지 떨어지면서 1주일 만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수치상으로 마스크를 벗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날 오전 8시 영등포구 당산동 초미세먼지 농도는 45㎍/㎥으로 여전히 ‘나쁨’을 기록했다. 전날 151㎍/㎥까지 치솟아 ‘매우 나쁨’에서 한 단계 낮아지긴 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25㎍/㎥의 2배에 육박했다.

당산역 주변에서 과일 노점상을 운영하는 A씨도 전날과 달리 이날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는 “어제까지는 워낙 하늘이 뿌옇게 변해 마스크를 썼지만 오늘은 하늘이 파란데 뭐하러 마스크를 쓰느냐”고 되물었다. 오전 10시 등교하던 대학생 강모씨(26)도 “오늘은 날씨가 워낙 맑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주일 내내 뿌옇던 도심을 바라보다 맑게 개인 하늘 탓에 미세먼지가 사라진 것으로 착각하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겉으로 보이는 날씨와 미세먼지 농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만큼 수치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승준 한양대 생리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날씨가 맑아도 ‘나쁨’ 수준일 수 있다”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인터넷이나 각종 앱을 통해 수치를 확인하고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환경공단은 “7일엔 미세먼지가 대부분 지역에서 ‘보통’ 수준이겠으나 일부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농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