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도주 우려" 검찰 주장 받아들인 듯
'사법농단' 양승태 보석청구 기각…구속 상태서 재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5일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보석을 허가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최종결정권자로서 혐의가 중대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기소 8일 만인 지난달 19일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검찰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이번 사안을 가장 잘 아는 양 전 대법원장이 구치소 안에서 기록을 충실히 검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광범위한 증거가 수집돼 있어 증거인멸 우려도 없고, 전·현직 법관들을 회유할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구속영장 제도가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이 무시된 채 일종의 보복 감정의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면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도 지난달 26일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서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공소장을 만들어 냈다"고 13분간 검찰을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공범들이나 현재 수사 중인 전·현직 법관에 부당한 영향을 줘 진술을 조작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충분하다"고 맞섰다.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를 디가우징(자기장 이용한 데이터 삭제)하게 지시하는 등 물적 증거인멸 우려도 크고,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만큼 도주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 고령이나 주거가 일정하단 이유도 보석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석 청구가 기각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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