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 양국이 본격적인 비핵화 담판을 시작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에선 반미집회와 반북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반미단체들은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한 반면, 6·25전쟁 당시 납북피해자 유가족들은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규탄했다.
베트남 회담일 '反美·反北집회'로 갈라진 광화문
민중민주당은 27일 오전 11시 광화문 KT플라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민중민주당은 과거 통합진보당 세력이 결성한 정당이다. 이들은 “세계의 이목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에 집중되고 있다”며 “전쟁의 화근, 만악의 근원인 미군을 철거하지 않고선 한반도의 영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차은정 민중민주당 반트럼프반미반전특별위원장은 “해마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미·남 합동 군사연습과 미군의 주둔은 한반도 평화와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선 북한을 찬양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영일 평화협정운동본부 부단장은 “오늘 베트남에서는 조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며 “비록 우리는 미국을 뿌리칠 수 없지만 우리의 형제자매인 북녘의 동포들이 미국을 철수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회담일 '反美·反北집회'로 갈라진 광화문
3시간 뒤 광화문 남측광장에선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6·25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6·25납북자 생사 확인 및 억류된 국민 송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오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억류자들의 인권 문제를 분명히 짚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가한 김규호 선민네트워크 대표는 “6·25전쟁 시기 납북된 대한민국 국민이 10만여 명에 달하지만 유해라도 받고 싶은 가족들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억류된 우리 국민을 먼저 보내는 것이 평화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