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정수 한국우편사업진흥원장
사진=임정수 한국우편사업진흥원장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예능 대부 이경규 씨와 국민MC 강호동 씨가 연예인 게스트와 짝을 이뤄 동네를 다니며 초인종을 누르고 무작정“한 끼 줍쇼”를 외치며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초인종을 누른 집 주인장의 식탁에 초대되기 위해 노력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재미있는 한편 놀랍기도 했다. 저렇게 누군가를 집으로 들여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어 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도, 제법 많은 시민들이 호의적으로 응대하는 것을 보고 새삼 감동을 느꼈다. 이제는‘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삭막한 시대가 되었다고 체념하던 요즘에도, 아직은‘정’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온기가 남아있다는 생각에 흐뭇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우체국전자상거래지원센터의 ‘사랑愛 애호박’사례를 보면 더욱 공고해진다.

유례없는 폭염에 가뭄까지 겹쳤던 지난해 여름, 대부분의 농산물은 뙤약볕에 데여 못 쓰게 되었다. 하지만 강원도 화천이 주산지인 애호박은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생산량이 20%나 증가했다. 언뜻 들으면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시장 논리에 비춰 보면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상황. 농민들이 애쓰고 키운 씨알 굵은 애호박은 평소 대비 40%까지 가격이 폭락하여 차라리 갈아엎는 게 나은 형편이 되었다. 유통 구조상 소비자들은 주로 소매상을 이용하니 생산지에서 가격이 떨어졌어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화천 애호박의 산지 폐기 기사를 본 우체국전자상거래지원센터 직원들은 “우리가 팔아보자”며 대동단결했다. 직원들 단톡방에서 처음 오갔던 이야기를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모두가 한몸이 되어 실행에 옮겼다. ‘사랑愛 애호박’이라는 소박한 이름을 달고 상품촬영, 상세정보, 쇼핑몰 등록까지 우체국쇼핑이 나서서 특가행사로 판매되기 시작한 화천 애호박. 기사를 공유한 지 단 4일 만에 애물단지였던 애호박의 운명이 바뀐 것이다. 이때부터 애호박의 이름에 걸맞은 사랑의 기적이 시작되었다. 주부와 청년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애호박 판매 소식이 하나둘씩 게시되었고, 상품 홍보글이 올라오면 으레 장사꾼이라며 무시하는 댓글을 달던 네티즌들도 애호박 관련 게시물에는 추천 표시를 눌렀다.

이 결과 TV 광고 한번 하지 않은 ‘사랑愛 애호박’은 온라인을 통한 입소문 덕에 3주 간 96톤 수준인 1만 5천 상자가 팔렸다. 당초 현지 농협에서 4천 상자만 판매요청을 받았던 터라 준비된 물량이 부족하여 일시품절 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폭염에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보내달라”며 응원의 메시지까지 보냈다. 자식 같은 농산물을 제 손으로 버려야 했던 화천군 농민들은 소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잃었던 미소를 되찾았다. 흔히 최저가를 선호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보기 드문 이 사례는 현지 생산자를 비롯하여 유통 관계자와 일반 소비자들 모두 기분 좋게 이겨낸 ‘한여름의 애호박 대란’이었다.

애호박에 이어 공급 과잉과 소비 부진으로 가격 폭락의 늪에 빠진 겨울 채소들. 그 중에서도 해남 배추와 남해 시금치를 살리기 위해 또다시 우체국전자상거래지원센터 직원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해남 배추는 1만 3천여 상자(130톤)가 팔렸고, 남해 시금치 역시 당초 배송하기로 했던 물량이 모두 소진되어 2만 상자를 추가 공급하게 됐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농어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착한 소비’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앞당기고 있다.

‘착한 소비’를 이끌어 낸 우체국전자상거래지원센터는 2016년부터 온라인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전국 특산물 생산자들을 위해 상품 발굴부터 사진 촬영, 상세정보 페이지 제작까지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나 우체국쇼핑몰을 중심으로 연결고리가 없었던 지방자치단체와 오픈마켓 판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등 민관 협력의 우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람을 돕고 이롭게 하는 우체국전자상거래지원센터의 마음은 결국 우체국쇼핑과 맞닿아 있다.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협상으로 농수축산물 수입 개방의 위기감이 높아졌던 시기에 우체국이 산지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여 농어촌의 판로 개척을 도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어느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우체국쇼핑. 산지 공급업체들은 공공부문 제도로서 타 유통 채널에 비해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입을 모은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줄여 중간마진을 최소화함으로써 생산자들은 땀 흘려 생산한 자부심이 담긴 상품을 제 값 받고 팔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릴 수 있었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사회를 맞아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이어진다 해도 ‘꼭 필요한 소비’와 ‘함께 나누는 기쁨’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둘의 연결고리는 삼십년 동안 ‘지역·소비자와의 공존’이라는 노하우를 터득해 온 우체국쇼핑이 함께 할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우체국쇼핑에서 안심 먹거리와 엄선된 상품을 손쉽게 구매하는 특권을 누려보길 기대해본다. 우리 농어민을 돕고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기쁨도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