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조 경영 참여 신호탄
한국수자원공사가 26일 노동조합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참관제를 시행한다. 공기업으로선 처음이다. 수자원공사 노조는 이사회 안건에 대해 미리 서면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의장 재량에 따라 현장에서 발언도 할 수 있다. 공공기관 노조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수공 노조는 26일 대전 본사에서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로 참석할 계획이다. 수공은 지난달 근로자참관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한 뒤 한 달간 노조와의 이견 조율을 거쳐 세부 규정을 마련했다.

근로자참관제는 근로자 대표가 의결권 없이 이사회에 참석해 참관하도록 보장한 제도다. 근로자 대표에게 의결권까지 주는 노동이사제보다 노조의 권한은 작다. 하지만 모든 이사회 안건 자료를 사전에 받아볼 수 있고, 필요 시 발언권까지 주는 만큼 노조의 입김이 훨씬 세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사전 단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법 개정 없이 근로자참관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노조가 이사회서 의견 발언…"기득권 세력에 칼자루 쥐어주나"

수자원공사는 직원 수 5000여 명, 1년 예산이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물관리 전문 공기업이다. 근로자 참관자 시행에 따라 앞으로 회사 측은 이사회 안건을 늦어도 이사회 개최 1주일 전까지 수공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 노조 측은 근로조건뿐 아니라 경영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여과 없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26일 열리는 수자원공사 정기 이사회에선 작년 결산보고서와 감사 결과보고서 등의 안건이 상정된다. 회사 측은 연봉 등 노사 의견이 엇갈리는 민감한 안건은 없는 만큼 노사 대립 없이 이사회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인사규정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된 안건이 상정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근로자 참관제는 말 그대로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배석해 참관하도록 보장한 제도지만 수공은 노조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로 마련했다.

수공 관계자는 “노조가 사전에 서면 의견서를 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의장의 재량에 따라 발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 참관제는 공공 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노동이사제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근로자 대표에게 의결권까지 주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기업 노조가 더 큰 칼자루를 쥐면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득권 노조가 개입하면서 대규모 채용비리를 일으킨 서울교통공사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서울교통공사 등 산하 투자·출연 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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