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유럽연합(EU)과 진행 중인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상무부가 지난 17일 수입차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의 회담 전 기자들에게 “EU와 협상 중이지만 합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만약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수입차와 부품의 고율 관세 계획을 담아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주의 깊게 연구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EU에 ‘공정한 거래’를 압박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5월 18일까지(보고서 제출 90일 이내) 권고안대로 이행할지 결정해야 한다.EU도 미국이 만약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이를 믿고 있다”면서도 “만약 이를 어기면 EU는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자동차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국가 간 분쟁에 자동차업계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에버코어ISI는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물릴 경우 폭스바겐 1개사가 입을 손해액만 2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작년 이맘때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에 한국GM 회생을 위한 돈을 분담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터져나왔다. 한국GM 사태의 서막이었다. 얼마 후 ‘본게임’이 이어졌다. GM은 군산공장 폐쇄 계획을 발표하고 정부에 협상을 제안했다. 자동차업계와 지역사회, 정치권은 이후 석 달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산은이 한국GM에 8000억원 가까운 돈을 넣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사태를 봉합하기 전까지 그랬다.후유증은 컸다. 군산공장과 협력업체 등에 있던 1만여 명의 근로자가 뿔뿔이 흩어졌다. 한국GM은 아직도 국내 판매량이 반토막 난 상태다.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이 ‘셧다운’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부품사들은 말라 죽기 직전이다. 그런데도 노사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엄중했던 한국GM 사태를 돌이켜보면, 아이러니컬한 대목이 하나 있다. 한국GM 노조의 강경 투쟁과 GM 본사의 무책임한 태도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경쟁사였던 르노삼성자동차가 늘 비교 대상으로 거론됐다. 한국GM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고 쇠파이프 난동을 벌인 반면, 르노삼성 노조는 2015~2017년 무파업을 이어간 덕에 완성차업계의 ‘모범생’으로 불렸다. 르노삼성은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찬사’까지 받았다.그랬던 르노삼성이 불과 1년 만에 한국GM을 닮아가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작년 10월부터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하고 있다. “파업을 계속하면 신차를 주지 않겠다”는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의 경고까지 나왔지만, 노조는 되레 파업 강도를 높이고 있다. 20일에도 부분파업을 했다. 노조의 강경 투쟁과 본사의 물량 축소 방침이 맞물리며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 문턱까지 내몰렸던 한국GM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이 같은 고질적 ‘노조 리스크’의 ‘원조’는 따로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다. 두 회사 노조는 반값 연봉 완성차 공장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난달 31일 첫걸음을 떼자마자 전면적 대정부 투쟁에 들어갔다.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위한 ‘3년 투쟁’에 나서겠다는 중장기 로드맵(?)까지 내놨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도 ‘깃발’을 들면 8년 연속 파업이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32년간 매년 파업을 벌였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작년에도 쉬지 않았다. 기아차 노조도 마찬가지다.상황이 이런데도 자동차회사들은 여전히 노조 눈치만 보고 있다.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신차를 생산하거나 공장별로 생산 물량을 조정하려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할 정도로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노조의 습관성 파업을 묵인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노조 천국’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아직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언제 공장을 멈출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 투자은행(IB) 사이에선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현대차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제 노조가 스스로 바뀌는 건 ‘난망(難望)’이다. 자동차 공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투표권을 쥔 일반 조합원들이 바꿔나가야 할 때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나서 ‘정치꾼’들의 놀이터가 된 노조 집행부를 변화시켜야 할 때다. ‘노조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삶의 터전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cmjang@hankyung.com
지난달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 내수, 수출 실적이 신차출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증가, 친환경차 약진 덕분에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신차 출시와 2월 설 연휴에 대비한 조기생산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8% 증가한 35만4천305대를 기록했다.내수의 경우 SUV 판매 증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등으로 1.5% 증가한 13만6천157대가 팔렸다.수출은 SUV 및 친환경차가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며 12.6% 증가한 21만3천618대를 달성했다.지역별 수출은 북미에서 19.6% 증가한 15억2천200만달러(약1조7천억원), 유럽에서 20.4% 증가한 8억2천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1월 자동차부품 수출액도 역시 북미, 유럽에서 크게 늘어 12.7% 증가한 20억6천만달러를 기록했다.친환경차는 내수에서 그랜저 HEV, K7 HEV 등 하이브리드차의 인기 덕분에 12.5% 증가한 8천464대 판매를 기록했고, 수출도 코나 EV와 니로 HEV·EV 등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64.3% 증가한 2만1천22대를 기록했다.수입차의 경우 경유차량의 판매 감소와 함께 일부 업체의 재고물량 부족으로 내수 판매가 14.9% 감소한 1만8천701대에 그쳤다.수입 경유차 판매량은 디젤차가 주력인 BMW의 판매 부진 영향이 컸고, 재고물량 부족은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벤츠에서 발생했다.국내 완성차업체 내수 판매에서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90, 싼타페 등 중대형 신차 위주로 호조를 보이며 17.5% 증가했고, 쌍용차도 렉스턴 스포츠 칸의 신차출시 효과로 14.5% 늘었다.반면 한국GM은 스파크의 판매 부진 등으로 35.6% 감소했고 부분파업을 겪은 르노삼성도 세단형 모델 판매 감소 등으로 19.2% 줄었다.기아차는 세단형 모델 판매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차와 SUV 실적이 안 좋아 전체적으로 2.8% 감소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