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산업, 국내 종이컵 생산 3위…직원 절반이 장애인
SK 등에 납품…작년 매출 55억원
엄격한 공정관리로 불량률 '0' 도전
제일산업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가내수공업 수준의 동종업계 기업들과 달리 과감한 시설투자와 함께 엄격한 공정관리를 도입한 결과다.
정범수 대표는 “개당 몇십원 하는 제품이지만 미세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종이컵 생산”이라며 “시간대별로 제품을 검사해 불량률 ‘0’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장애인 종업원들이 일일이 기록한 제품검사 기록철을 보여주며 “암은 고칠 수 있지만 불량은 고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매일 생산을 시작하기 전에 기계 주유 등 워밍업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 가운데서도 50억원대 매출을 웃도는 중견 기업이 됐지만 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1999년 당시 설비라고는 종이컵 생산기계 두 대뿐이었다. 장애인종합학교 교사인 친구의 권유로 장애인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장애인 공장이라는 이유로 마을 주민으로부터 쫓겨나는 설움도 당했다. 정 대표는 “뇌성마비와 지체장애인들이 몸은 불편하지만 집중력이 좋고 꼼꼼해 오히려 생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년 동안 장애인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니 회사가 어렵거나 힘들어도 사업을 접을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창업 전 대기업 계열사에서 현금지급기를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일한 정 대표는 장애인이 일하기 편한 생산과 포장 기계를 직접 설계해 만들기까지 했다.
정 대표는 “최태원 SK 회장을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여러 기업과 거래했지만 SK는 달랐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어떤 기업은 납품 후 4개월이 지나 그것도 어음으로 결제를 했지만 SK는 납품 즉시 결제를 해주는 데다 거래를 통해 남은 이익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돌려줬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장애인도 장인(匠人)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세계 최고의 종이컵 생산회사로 키우겠다”며 “거래기업과 함께 앞으로 수출도 시작해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칠곡=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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