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사회적 기업 '텐텐클럽'

SK 등에 납품…작년 매출 55억원
엄격한 공정관리로 불량률 '0' 도전
정범수 제일산업 대표가 경북 칠곡 본사 공장에서 장애인들이 생산한 종이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범수 제일산업 대표가 경북 칠곡 본사 공장에서 장애인들이 생산한 종이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의 제일산업(대표 정범수)은 종업원 48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명이 중증장애인이고 76%가 취약계층인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55억원으로 2015년부터 국내 종이컵 생산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2013년 다이소아성산업에, 2014년 SK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에 납품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애터미에 납품하는 생활용품 기업 575개 가운데 평가순위 1등을 차지했다.

제일산업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가내수공업 수준의 동종업계 기업들과 달리 과감한 시설투자와 함께 엄격한 공정관리를 도입한 결과다.

정범수 대표는 “개당 몇십원 하는 제품이지만 미세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종이컵 생산”이라며 “시간대별로 제품을 검사해 불량률 ‘0’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장애인 종업원들이 일일이 기록한 제품검사 기록철을 보여주며 “암은 고칠 수 있지만 불량은 고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매일 생산을 시작하기 전에 기계 주유 등 워밍업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 가운데서도 50억원대 매출을 웃도는 중견 기업이 됐지만 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1999년 당시 설비라고는 종이컵 생산기계 두 대뿐이었다. 장애인종합학교 교사인 친구의 권유로 장애인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장애인 공장이라는 이유로 마을 주민으로부터 쫓겨나는 설움도 당했다. 정 대표는 “뇌성마비와 지체장애인들이 몸은 불편하지만 집중력이 좋고 꼼꼼해 오히려 생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년 동안 장애인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니 회사가 어렵거나 힘들어도 사업을 접을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창업 전 대기업 계열사에서 현금지급기를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일한 정 대표는 장애인이 일하기 편한 생산과 포장 기계를 직접 설계해 만들기까지 했다.

정 대표는 “최태원 SK 회장을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여러 기업과 거래했지만 SK는 달랐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어떤 기업은 납품 후 4개월이 지나 그것도 어음으로 결제를 했지만 SK는 납품 즉시 결제를 해주는 데다 거래를 통해 남은 이익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돌려줬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장애인도 장인(匠人)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세계 최고의 종이컵 생산회사로 키우겠다”며 “거래기업과 함께 앞으로 수출도 시작해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칠곡=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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