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형 영화테크 대표가 충남 아산 본사 공장에서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력전자모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강태우  기자
엄준형 영화테크 대표가 충남 아산 본사 공장에서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력전자모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강태우 기자
충남 아산의 자동차 전장·전기차 부품 제조기업인 영화테크(대표 엄준형)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 군산공장 폐쇄와 부평공장의 자동차 생산량 감소로 공급 물량이 30% 가까이 줄었다. 제품의 절반가량을 GM에 납품하는 구조상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했지만 실제 매출 감소는 10% 안팎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시장의 물량 공급이 안정적인 데다 해외시장 진출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영화테크는 지난해 12월 중국 상하이GM에 460억원 규모의 정션박스(IEC) 공급을 위한 개발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미국GM과 2490억원 규모의 정션박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엄준형 대표는 “위기를 맞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섰다”며 “GM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과 미국 자동차 시장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GM 군산공장 폐쇄·부평공장 생산 감축 등 위기에도…영화테크가 선방한 비결은 해외시장
정션박스는 전원과 신호, 접지, 다중통신선을 포함한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의 핵심 부품이다. 자동차의 전자신호와 전류를 전달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 회사는 정션박스를 국내외 자동차 회사에 공급해 지난해 5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GM 신차종에 들어가는 정션박스 개발에 나서 2022년부터 상하이GM에 전량 공급한다. 2022년부터 2028년까지는 북미GM을 통해 미국, 멕시코, 브라질, 태국 등 세계 11개 공장에 납품한다. 연평균 300만 대의 GM 자동차에 장착된다. 정션박스가 GM 세계 공용 디자인 모델로 적용되면 매출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2008년 국내 처음으로 통신과 제어 기능을 통합한 스마트 정션박스를 개발했다. 한 개의 선으로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는 다중통신 기능을 탑재해 성능을 높였고, 카드 형태로 만들어 부피를 줄였다. 남효진 경영기획실 차장은 “정션박스 제작에 사용되는 70여 개 부품의 95%를 국산화했고, 설계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공정 시스템을 적용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수소·전기차용 다기능 정션박스 개발에 나서는 등 신규 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2017년 상하이GM과 145억원 규모의 전기차 정션박스 공급 계약을 체결해 2020년부터 납품을 시작한다. 지난해에는 330억원 규모의 전기차용 전력전자모듈(PDU+LDC+OBC)을 수주해 올해부터 제품 양산 설비 구축에 들어간다. 인도시장 진출을 위해 50억원을 들여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국내 자동차 회사와 전기차 전력 변환 제품 개발에도 나선다.

엄 대표는 “지난 10년간 전기차 전자장치 개발을 위해 2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부터 3년간 150억원을 들여 연구전담시설과 공장 증설을 추진한다”며 “2022년까지 전기차 정션박스 공급 비율을 전체 매출의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