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센터 팀장 6명이 '취업 상담가'로 나섰다
전북대생 최유선 씨(신문방송4)는 지난 15일 아침 일찍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이날 서강대서 열린 ‘대학 취업팀장과의 진로 토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최 씨는 “기업들이 직무중심 채용을 하면서 지방대생으로 인턴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구직 과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 씨의 고민에 대해 박철균 중앙대 다빈치인재개발원장은 “인턴 지원땐 공채만큼 ‘공’을 덜 들이는 것 같다”며 “인턴을 통해 정규직이 될 수도 있기에 공채 지원때 만큼 신경써서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함께 한 심세성 이화여대 인재개발원 팀장은 “수업 프로젝트 과제도 직무역량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인턴 구하기에 ‘목맬’ 필요는 없다”고 거들었다.

서울지역 주요대학 취업센터(팀)장들이 학생들의 ‘취업·진로 해결사’로 나섰다. 한국경제신문과 캠퍼스잡앤조이는 본격적인 상반기 채용시즌을 앞두고 6개 대학의 취업팀장을 초청해 ‘진로 토크’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6명의 취업팀장들의 취업·진로 상담 경력은 모두 합해 40년에 달할 정도로 ‘쟁쟁’했다. 박철균 원장은 “아들 녀석이 대학 4학년때 취업상담을 요청해 와 자기소개서 검토·모의면접을 해 줘 취업에 성공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진로 멘토로는 박철균 중앙대 다빈치 인재개발원장, 박종배 성균관대 학생인재개발팀장, 인영실 국민대 경력개발지원단 팀장, 심세성 이화여대 인재개발원 팀장, 최성희 숙명여대 취업지원팀장, 송은경 서강대 취업지원팀장이 참석했다.

◆“빅데이터 취업, 본인 관심사부터 찾아라”
두번째 멘티로 나선 김윤아 씨(숙명여대4)는 “최근 빅데이터 분야가 인기라는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박 원장은 “수학·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했다고 하는데 본인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며 “빅데이터도 소프트웨어(SW)개발·데이터 결과 해석 분야가 달라 두개 진로중 어디가 본인의 적성에 맞는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배 팀장은 “핀테크(기술경영)나 모바일뱅킹이 활발한 금융권에선 수학의 논리적 사고력과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인 박우찬 씨는 “공공기관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서 ‘역차별’을 받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최성희 팀장은 “블라인드 채용은 모든 것을 안 보겠다는 것이 아니고 업무에 꼭 필요한 역량만 보겠다는 의미”라며 “지원하는 기업이 원하는 강점을 가진 학생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은경 팀장은 “블라인드 도입 전후 서강대생의 입사율을 비교해 봤을때 별 차이가 없었다”며 “기업들은 귀신같이 필요한 역략을 가진 인재를 잘 골라낸다”며 너무 걱정말라고 당부했다.

◆직무중심 채용이 트렌드, “역량 갖추면 경쟁력 있어”

오랜기간 대학 취업팀에 근무한 이들은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분야가 대기업에서 공공기관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했다. 박철균 원장은 “과거에 비해 학생들이 ‘안정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취업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인공지능(AI)채용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이 엇갈렸다. 최성희 팀장은 “AI지만 면접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나 AI면접에 대한 부담감, 합·불합격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인재 양성에 대해선 융합학과 신설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종배 팀장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데이터사이언스, 컬쳐테크 등 융합학부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활한 ‘은행고시’에 대해서 인영실 팀장은 “은행들이 일괄적으로 필기시험을 도입하면서 준비가 안된 학생들은 포기를 하면서 은행권 지원자들이 줄어든 것 같다”며 “고객 서비스를 하는 은행에서 필기시험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극심한 취업난에 올 상반기 취업전략도 제시됐다. 송은경 팀장은 “3~4월엔 공공기관 채용이 많아질 것이기에 공기업에 관심이 있다면 상반기에 승부를 걸어 볼 것”을 제안했다.심세성 팀장은 “기업의 직무중심 채용 확대로 이공계생들은 전공, 인문계생들은 관심분야의 경험을 축적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태윤/이진호 잡앤조이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