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19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한 뒤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이 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재갑 고용부 장관.   /연합뉴스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19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한 뒤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이 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재갑 고용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전격적인 근로시간 단축으로 불거진 산업현장의 호소가 터져나온 지 8개월 만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합의가 도출됐다. 새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첫 번째 사회적 합의 성과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계의 ‘도장’을 받아내는 데 진력하면서 경영계의 요구 사항은 상대적으로 배제된 ‘불완전한 합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계는 그동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장 1년까지 늘려줄 것과 유연한 제도 활용을 위해 근로자 대표(노동조합)가 아닌, 해당 근로자와의 합의로도 가능하게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불가피한 추가 근로에 따른 형사처벌(근로기준법 위반) 완화와 함께 정보기술(IT)업종 중심으로는 주당 근로시간 한도가 없는 선택근로제 확대도 호소해왔다. 단위기간, 도입 요건, 인건비 보전 등 주요 쟁점별로 노사 득실을 따져본다.

단위기간 6개월 적정한가

먼저 최대 쟁점이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최장 6개월로 합의됐다. 현행법은 최대 3개월이다. 일부 사업장은 다소 숨통을 틀 수 있다지만 프로젝트 기간이 긴 연구개발(R&D)이나 정비와 준공 기간이 오래 걸리는 정유·화학산업, 건설업 등에서는 단위기간이 1년은 돼야 한다고 주장해 여전히 불만이다. 스마트폰 개발 같은 IT업계의 R&D 업무와 대규모 건설현장은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최장 6개월로 못을 박았다. 노사정이 어렵사리 합의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업종에 따라 단위기간을 더 연장하자는 주장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추가로 반영할 기회조차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게임·IT업체는 탄력근로제보다 선택근로제가 더 활용성이 높은 제도”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IT업종의 특수성과 애로사항을 반영해 입법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력근로 기간 늘렸지만 곳곳 독소조항…경영계 "범법자 우려 여전"
여전히 까다로운 도입 요건

탄력근로제를 활용하자면 일별로 미리 근로시간을 정해서 근로자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유연하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게 산업현장의 목소리였다. 원청업체나 협력업체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생산을 늘려야 하는 현대적인 생산 시스템을 고려하면 3개월이나 앞서 미리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이런 점을 일부 감안해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면서 3개월을 넘어서는 기간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성을 부여했다. 일별로 정하는 것이 어려우니 주별로 정하면 되고, 최소 2주 전에는 통보하도록 했다.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 기계 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하면 주별 근로시간을 근로자 대표와 협의만 하면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도 사전에 근로자에게 일별 근로시간을 통보하도록 했다.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노동조합과의 합의나 협의를 얻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고려하지 않은 합의”라며 “요건이 산업계 현실에 비해 여전히 엄격해 사업주 입장에선 범법자가 될 우려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탄력근로를 수행할 해당 근로자와의 합의만으로도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보전 vs 처벌유예

합의안은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도 해야 한다. 서면 합의가 없을 때는 정부에 신고하고, 미신고 시에는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기업주들도 탄력근로제가 확대된다면 임금을 보전해줄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급한 주문이 밀려들 때와 같이 불가피한 경우 근로시간 제한을 넘어서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인건비 부담보다 더 크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에서 임금보전까지 합의문에 명시하면서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기업주들의 우려는 고려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영계는 이번 합의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면서도 국회 입법 과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번 노사정 합의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지만 장외에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의 반발로 노동계로 더 치우치는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종석 전문위원/백승현/장창민 기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