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은 누리과정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합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19일 교육부,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등이 개최한 ‘고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 등과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송 교수는 “누리과정 때도 (기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체제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을 하려면 확실한 재원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초 고교 무상교육 2022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를 1년여 앞당겨 “2019년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해 2021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 교수는 오는 2학기 고3부터 단계적 고교 무상교육을 하면 2021년까지 3년간 약 4조25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외국어고 등 사립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는 제외하고 마이스터고는 포함해 산정한 금액이다. 지원 대상은 입학금을 제외한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용 도서구입비로 전제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에 교통비, 교복비, 급식비, 체험학습비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인상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예산권을 쥔 기재부와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 재원 마련을 위해 현재 내국세의 20.46%인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최소 21%로 올려야 한다고 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교육부 방안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수가 줄고 있는데 교육 예산을 늘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약 723만 명이었던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16년 588만 명, 2017년 573만 명, 2018년 558만 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당국은 저출산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교육보다는 노인 복지 및 출산 지원 등에 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