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진료만으론 수익내기 힘들다"
개원 시한 2주 앞두고 제주도에 행정소송 제기

道 "내달 4일 개원 안하면 허가 취소도 검토"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의료기관 개설허가 유효기간인 다음달 4일까지 개원이 사실상 불가능해 사업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은 지난 14일 “제주도가 개원을 허가하면서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한 것은 위법”이라며 제주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녹지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주지 않으면 개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의료공공성 확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행정소송의 결론이 나기까지 개원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녹지병원은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개설 허가를 받았다. 의료법에 따라 3개월(90일) 내인 다음달 4일까지 진료를 개시하지 않으면 의료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의료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개원이 불가능한 상태다. 제주도는 소송과는 별개로 청문회를 열어 녹지 측 의견을 들은 뒤 허가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제주 녹지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은 위법" 소송…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좌초하나

개원 2주 앞두고 소송전

녹지병원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진료 대상자를 제한한 것은 의료법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녹지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개설 허가를 내줬다. 녹지병원은 이 같은 조건부 허가 조항이 법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소송에서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녹지병원이 반발하는 이유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으론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내국인 진료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는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더라도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보건복지부로부터 외국의료기관 진료 제한에 대한 유권해석도 받았다. 녹지병원 측이 2015년 12월 복지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당시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사업 방향을 제시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제주도는 녹지병원의 행정소송에 전담 법률팀을 꾸려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도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며 “소송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제기해온 우려의 목소리도 법원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손해배상 소송까지 번지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녹지병원이 개원을 포기하고 손해배상 소송으로 전선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녹지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총사업비 778억원을 투입해 2017년 7월 서귀포시 동홍·토평동 일대 헬스케어타운 부지(2만8163㎡)에 47병상 규모의 병원 건물을 준공했다. 2017년 8월 도에 개설 허가를 신청할 당시 의사 9명, 간호사 28명, 국제코디네이터 18명, 관리직 등 총 134명을 채용했다. 그러나 개원이 늦어지면서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의 의사 9명 전원이 사표를 냈다. 현재 수십 명의 인력이 퇴직해 관리직 70여 명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병원은 다음달 개원을 앞두고 있지만 의료진 추가 채용과 약품 구매, 의료 훈련 등 개원 준비 작업을 하지 않았다. 진료를 시작하면 사업자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 개원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문가들은 행정소송의 경우 최소 2년 이상 시간이 소요돼 2020년 이후에야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의 개설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녹지병원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8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예상된다. 녹지병원의 모기업인 녹지그룹은 올초 국내 대형 로펌과 손잡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그룹은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투자를 유치할 당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제안했으나 허가가 지연돼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지난해 제주도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녹지그룹이 병원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제주도에 병원 시설 인수를 제안했으나 거부당한 적이 있다.

제주=임동률/전예진 기자 exi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