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86)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58)과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15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최씨는 2017년 12월 계간지 황해문화에서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하며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등의 표현으로 고씨의 상습적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2월에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까지 공개했다.

고씨는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자신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1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최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제보한 동기와 경위 등을 따져보면 허위라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씨 등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