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블랙리스트도 있었다"
법원에 이어 검찰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해 관리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서지현 검사 인사 보복 혐의와 관련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재판에서 검찰이 집중관리 대상 검사 명단을 별도로 관리해왔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성추행진상조사단의 진술조서를 통해 전직 법무부 검찰과장과 인사담당 수사관이 이를 시인했고, 압수수색을 통해 명단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작년 법원에 제출된 진술조서를 보면 전직 법무부 검찰과장과 인사담당 수사관이 “‘집중관리 검사’ 관련 업무는 2012년 법무부 업무보고 시 업무관리가 필요한 검사를 관리하기 위해 생긴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명단의 실체는 조사단이 작년 2월 부산지검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임 부장검사는 “내가 집중관리 대상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법무부, 대검찰청, 고등검찰청에서 감시하면서 한동안 고통스러웠다”며 “내 동선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이동하고, 인사 희망지도 수시로 바꿔 내야 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검찰의 조직적인 성추행·성폭행 은폐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임 부장검사와 서지현 검사 등은 그동안 검찰 내에서 '승진 누락', ‘잦은 지방 발령’을 받아 “별도 관리 대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임 부장검사는 2015년 검찰 내 성범죄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전직 검찰총장 등을 상대로 작년 5월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본인이 겪은 인사보복에 대해선 국가배상소송도 준비중이다.

법무부는 2011년 ‘집중관리 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을 비공개 예규로 만들었으나 대외적으로는 비밀에 부쳐왔다. 검찰은 이 제도가 무죄 선고나 미제가 많아 직무 역량이 떨어지는 검사들을 관리하고 심하면 퇴출시킬 수 있는 수단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비판 글을 올리거나 특정 성향을 보인다고 불이익을 주는 ‘판사 블랙리스트’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사 블랙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비판적 검사에 대해 ‘찍어내기’를 가능케 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검사에 대해 집중적인 감찰을 하면 징계를 받게하거나 퇴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로 법원행정처의 충격적인 법관 인사 보복 실태가 드러난만큼 검찰도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는 “블랙리스트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최대한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제도”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