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신년 간담회 "제로페이 보편화될 것…내기해도 좋다""부동산, 완전히 안정 안 돼…여의도·용산 통개발 보류 변함없다"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정비로 철거 위기에 놓인 노포(老鋪)들이 되도록 보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박 시장은 16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신년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재개발로 을지면옥 등 노포들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가능하면 그런 것이 보존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답했다.박 시장은 "과거의 문화, 예술, 전통, 역사 등을 도외시했던 개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역사적인 부분, 전통적으로 살려야 할 부분은 잘 고려해서 개발계획 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또 세운재정비촉진사업으로 지역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상인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고 제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대안을 발표하도록 얘기해 지금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박 시장은 전날까지 한반도를 뒤덮은 최악의 미세먼지에 대해 "서울시는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전방위적 조치를 취해왔다"면서도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일반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바꾸면 초미세먼지 기여도의 39%를 차지하는 난방·발전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며 "여기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오는 20일 출범 한 달을 맞는 자신의 대표 정책 '제로페이'에 대해서는 "가장 간편한 결제 방식이라 보편화될 수밖에 없다"며 "약간의 불편함과 인센티브의 부족은 있지만 계속 개선하고 있다.(성공을 놓고) 내기를 하셔도 좋다"며 낙관했다.박 시장은 제로페이에 공공결제 기능, 시민카드 기능을 넣어 도서관 대출, 지하철 이용 등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자신의 판공비를 제로페이로 쓰는 방안 등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제로페이 홍보를 위해 시민 100명과 광화문 광장에서 춤을 출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제로페이 확산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하겠다.제가 망가지는 일이라도 기꺼이 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박 시장은 지난해 큰 비판을 받았던 '여의도·용산 통개발' 계획을 재추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보류 조치는 변함이 없다"며 "부동산 가격이 완전히 안정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서울지하철 9호선을 공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외국 기업들과의 운영계약 등이 엮여 있어 정리하는 문제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계약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공구 거리 올 초부터 철거…인근 맛집 거리도 보상절차 앞둬'공구 거리'를 포함한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올 초부터 본격화하면서 인근 지역의 재개발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16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공구 거리 외에 을지면옥, 양미옥 등 역사가 깊은 유명 맛집들이 재정비 대상에 포함됐다.이중 을지면옥은 종로구 장사동, 중구 을지로동·광희동에 걸쳐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에 속해있다.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보상절차를 앞두고 있다.해당 구역 내 땅 소유주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고, 보상이 완료되면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철거가 진행된다.하지만 을지면옥을 비롯한 일대 땅 소유주 14명은 재개발에 반발하며 2017년 7월 중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사업시행인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을지면옥은 1985년 이곳에 문을 연 뒤 평양냉면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공구상 거리 골목 안에 자리잡아 무심코 지나가면 간판을 찾기도 힘들다.그러나 이 집은 여름이면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는 서울의 대표적인 노포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던 양대창 전문점 양미옥은 3-3구역에 있다.이 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세운재정비촉진사업은 2006년부터 추진됐다.정비구역은 10개 구역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공구 거리를 포함한 3-1·4·5 구역은 작년 관리처분인가가 나면서 올 초부터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갔다.철거 이후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철거가 본격화하면서 일대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인과 장인, 예술가들이 모여 조직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재개발을 당장 중단하고 제대로 된 도시재생을 위해 이 일대를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연합뉴스
"70여년간 산업발전에 기여했는데 거리 나앉게 돼…상인 입주대책 마련하라"청계천 명소 '공구 거리'가 서울시 재개발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상인들이 거리로 나섰다.청계천 소상공인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청계천 인근 철야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는 상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재개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청계천 2∼4가 공구 거리에 자리 잡은 소상공인들은 시에 재개발로 인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6개월간 시위를 벌였지만, 별다른 응답이 없자 5일부터 철야농성에 들어갔다.이곳 세운상가 일대는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재개발 사업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고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정책이 바뀌면서 10년 넘게 진척이 없다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시는 낡은 가게들을 쓸어내고 주상복합 3개 동을 짓겠다는 계획이다.비대위는 기자회견에서 "공구 거리 소상공인들은 70여년 전부터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한국산업에 필요한 산업 용재 제품들을 판매해왔다"며 "작은 매장에서 2∼3세가 가업을 이어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동안 공구 거리는 우리나라 공구의 메카이며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청계천과 함께 관광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고 강조했다.비대위는 또 "시는 공구 거리를 없애고 아파트를 짓겠다며 재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건설사는 상인들이 퇴거하지 않아 공사하지 못한다며 수억 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이들은 "상인들은 청계고가 철거, 청계천 복원공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는데, 서울시는 이제 장사를 그만두라는 재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며 "1만 사업자와 종사자 4만명, 가족 20만명은 생업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비판했다.이들은 "청계천 상인과 가족의 생존권을 지켜줘야 한다"며 "서울시는 상인들과 대화에 나서고 상가입주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