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수 크레텍 회장이 대구 본사 전시관에서 30년간의 공구발간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크레텍 제공
최영수 크레텍 회장이 대구 본사 전시관에서 30년간의 공구발간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크레텍 제공
공구유통업을 하는 사업자들이 학창 시절 영어사전 외우듯 항상 옆에 끼고 사는 책이 있다. 국내 최대 공구유통 회사인 대구의 크레텍이 30년째 발간하고 있는 ‘한국산업공구보감’이다. 공구유통상들은 공구정보를 훤히 꿰고 있어야 했고 고객이 찾는 물품이 없으면 대체상품을 재빨리 추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에 본사를 둔 크레텍(회장 최영수)은 1989년 처음 만든 공구가이드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16판을 냈다고 13일 발표했다. 크레텍이 발간하는 한국산업공구보감은 ‘산업계의 옥스퍼드 사전’으로 불린다. 공구보감이 없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영문판 한국산업공구보감으로 영업할 정도다.

크레텍, 한국산업공구 30년史 쓰다
이 회사는 한국산업공구보감을 1989년 28쪽 소책자로 첫 출판한 이후 2년마다 발간하고 있다. 올해 나온 16판은 2672쪽에 1200개 브랜드, 13만 개의 품목을 실었다. 이 책은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공구산업 발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방대한 공구 산업용품을 분류해 집대성하고 바코드와 온라인 주문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현해 국내 공구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1971년 설립된 크레텍은 현재 국내외 1200개 브랜드, 15만 개 품목을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아 국내 유통사 및 산업현장 곳곳에 공급하는 공구플랫폼 기업이다. 종업원 수는 700명, 지난해 매출은 4500억원이다. 전국 영업망도 20여 곳을 두고 있다.

크레텍 본사는 삼성그룹의 발원지인 삼성상회 ‘별표국수’ 공장터(대구 중구 달성로)에 있다. 서울 본사와 경기 군포시에 통합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크레텍, 한국산업공구 30년史 쓰다
산업화가 늦게 진행된 한국은 1980년대까지도 공구유통상들이 일본의 카탈로그에 의존했다. 최영수 회장은 “공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만든 공구카탈로그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30년간 공구유통망을 넓히는 작업과 공구보감 발간에 매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산업공구를 체계화한 미국, 일본, 독일 등은 국가 주도로 작업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공구정보 체계화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 우수자본재 유공기업 국무총리상, 2016년 국가품질경영대회 대통령상 등을 받았다.

올해 발간된 한국산업공구보감은 QR코드를 사용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제품의 매뉴얼, 토막상식, AS 정보 등을 알 수 있게 해 산업현장의 스마트화 현상을 반영했다.

최 회장은 “한국산업공구보감이 산업현장의 불황 극복과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