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학 후배이자 사법연수원 24기수 아래 판사에게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일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형사합의 35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합의부 재판장들과 협의를 거쳐 연고 관계,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한 뒤 무작위 전자 배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이 있거나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판사가 속한 재판부는 배당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 35부는 지난해 11월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비해 신설한 재판부 세 곳 중 하나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추가 기소 건도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를 받는다.

재판장을 맡은 박남천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6기로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24기수 아래다. 서울대 법대 후배이기도 하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1997년 광주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과 경기 의정부 등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 발령을 받았다. 법원행정처나 대법원 근무 경험이 없어 양 전 대법원장과의 연고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다.

본격적인 재판 절차는 3월 중순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사실이 47개로 방대한 데다 수사기록도 수십만 쪽에 달하는 등 자료 검토 절차에만 적 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두세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정식 재판은 4월에나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