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최종 운명이 대법관 13명의 합의를 통해 가려진다.

대법원은 11일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사건 및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등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세 사람의 혐의가 서로 겹치는 데다 하급심 판결에서 유무죄로 인정된 부분이 엇갈린 만큼 최종 선고에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핵심 쟁점은 삼성의 승마 지원 및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뇌물액수를 얼마로 보느냐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항소심은 뇌물액수를 70억여원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선 “삼성이 지원한 말의 소유권 자체는 최씨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다”며 36억여원을 뇌물액수에서 제외했다.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세 사람의 사건이 동시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적어도 한 명은 하급심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원합의체가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판단에 따라 뇌물액수를 70억여원으로 인정하면 이 부회장은 재구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단과 비슷한 결론이 나오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는 21일 첫 심리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한두 차례 공개변론 등을 통해 피고인과 특검 측 의견을 들은 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4월 16일 이전에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