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절차 무색케 하는 박원순의 '마이웨이式 시정 행보'
“망언은 망언일 뿐, 역사 왜곡은 결코 다양한 해석이 될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공청회를 두고 벌어진 정치권 공방과 관련해서다. 박 시장은 이 글에서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대한민국의 법을 부정하는 일이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정과 거리가 먼 주제였지만 인권변호사로서,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해왔던 박 시장이기에 이 같은 공개적 입장 표명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의 말처럼 법과 민주주의는 지켜야 할 사회의 근간이다. 서울시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켜야 할 법이 있고,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 박 시장이 서울시정을 마음대로만 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박 시장의 행보를 보면 그가 법과 민주주의에 대해 시시각각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시장은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있는 대안학교 중 희망하면 시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8만여 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교육정책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관계부처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시장은 그럴 권한이 없다”며 “현실성 없는 황당한 이야기”라고 펄쩍 뛰었다. 이날 오후 서울시도 “인가된 대안학교를 대상으로 시립 전환 추진은 검토하지 않았다. 비인가 대안학교 중에서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역시 박 시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탈이 난 대표적 사례다. 그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광화문 광장 설계안에 대해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협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박 시장은 서울시 교통방송에 출연해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딨냐”며 마찰을 이어갔다. 지난달 손바닥 뒤집듯 내놓은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 정비계획 재검토 방침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시장이 본인이 누누이 말해온 것처럼 대권을 위해 서울시정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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