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간첩 누명…북-중 '출입기록 조작' 알고도 법정 제출"
과거사위 "검찰,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묵인…총장 사과해야"
서울시 공무원이던 유우성(39) 씨 간첩 조작사건 때 검찰이 국정원의 인권침해·증거조작을 방치했고, 유씨에 대한 보복성 기소까지 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가 8일 나왔다.

검찰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유우성 씨 사건) 수사·공판검사는 검사로서 인권보장 의무와 객관 의무를 방기함으로써 국정원의 인권침해 행위와 증거조작을 방치했고, 계속적인 증거조작을 시도할 기회를 국정원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장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에게 검찰총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우성 씨는 화교 출신으로 2004년 탈북한 인물이다.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여동생 유가려 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가려 씨 진술을 근거로 유씨를 기소했으나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그의 북한-중국 국경 출입기록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대법원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가려 씨는 6개월 동안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조사받았으며, 폭언·폭행 등 가혹 행위를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우선 가려 씨에 대한 국정원의 가혹 행위가 있었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정원 수사관들이 리허설까지 하며 말을 맞춰 위증한 정황이 진상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가려 씨가 진술을 번복해 유씨는 간첩이 아니라고 하자 국정원에선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했고, 진실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은 '유가려가 횡설수설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검사 결과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위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아예 수사기록에서 뺐다.
과거사위 "검찰,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묵인…총장 사과해야"
국정원은 가려 씨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으며, 여기에 검찰이 협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 내부 문건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집요한 접견 요청 차단을 위해 재판 종료 시까지 유가려의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는 데 검찰과 협의를 거쳤다"고 적혀 있다.

가려 씨는 사실상 피의자인데도 검사가 참고인인 것처럼 꾸며 변호인 접견 차단에 적극 협력했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또 국정원이 제시한 유씨의 북한-중국 국경 출입기록(영사확인서)이 허위라는 것을 검찰이 알면서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유씨에 대해 증언한 탈북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검찰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심지어 법무부는 북한에서 유씨를 목격했다고 증언한 탈북자들에게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을 주기도 했다.

유씨의 1심 재판에서 "유우성 씨가 북한 보위부 일을 한다고 그의 아버지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한 탈북자 김모 씨는 법정 증언 하루 전날 수백만원의 상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사위는 "대다수 탈북민의 경제적 기반이 매우 취약해 금전적 유혹에 쉽게 회유될 가능성이 크고 탈북민이라는 지위로 국정원과 단절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정을 고려해야 했다"며 "탈북민의 진술 증거에 대해선 추가 검증 절차를 마련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또 "국정원 수사과정에서 피조사자에 대한 인권침해나 공권력 남용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전적으로 국정원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는 검사로선 마땅히 이를 확인할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당시 수사·공판에 관여한 검사들에 대해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증거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이 2014년 기소되자 유씨가 2010년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그를 추가 기소했다.

이 때문에 '보복성 기소'가 아니냐는 비판을 낳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