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앙은행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7일 기준금리인 레포금리를 6.50%에서 6.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블룸버그, 로이터통신과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중앙은행(RBI)의 통화정책위원회(MPC)는 둔화하는 경제성장의 속도를 높인다며 이같이 결정했다.인도의 기준금리는 인도중앙은행이 상업 은행들에 대출할 때 적용되는 금리로, 기준금리가 인하된 것은 2017년 8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RBI는 작년 10월부터 유지해온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된 긴축'(calibrated tightening)에서 '중립'(neutral)으로 변경했다.통화정책 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기준금리 인하에 표를 던졌고 기조 변화에는 6명 전원이 동의했다.인도중앙은행은 "물가가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결정은 성장을 떠받치면서 중기적 물가상승률 목표를 맞추려는 것이라고 밝혔다.블룸버그, 로이터통신은 자체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고 보도했다.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대출금리나 주택 임차료 등이 인하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앞으로 추가 금리 인하 조치도 예상된다"고 보도했다.완화적 통화정책은 올해 4∼5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얻기 위해 고대하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전망이다.모디 정부는 최근 총선을 앞두고 경기를 띄우려고 130억 달러(약 14조6천억원) 규모의 소비 장려책을 포함한 확장적인 예산을 발표하기도 했다.특히 2에이커(약 8천㎡) 이하를 소유한 저소득 농민 모두에게 6천 루피(약 9만5천원)의 현금을 매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농민 지원책과 중산층 감세, 간접세 인하 등에 큰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모디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공공 의료지원 프로그램 등에 이미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었다.이 프로그램은 약 1억 저소득층 가구에 가구당 연간 50만 루피(약 79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인도중앙은행은 올해 4월부터 시작되는 2019∼2020 회계연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8년과 같은 7.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연합뉴스
“잠자던 코끼리가 깨어났다.”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8월 15일 독립기념식에서 인도 경제 성장세를 이같이 평가했다. 모디 총리의 이날 발언은 과장이 아니었다. 인도 경제는 지난해 7.2% 성장해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인도 경제를 코끼리에 비유하는 것은 국토 면적 세계 7위, 인구는 세계 2위에 이를 만큼 덩치가 크지만 둔하고 느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는다는 뜻도 있다.코끼리를 달리게 한 것은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의 친기업 정책이다. 모디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는 글로벌 기업을 인도로 불러모으고 있다. 남부 산업중심지 타밀나두주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대거 진출해 자동차 생산 규모만 연간 170만 대에 이른다.인도는 외국인 토지 매입을 금지하는 등 아직 규제가 심하고 물류 인프라도 부족하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본 해외 기업들의 투자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 기업환경 평가에서 인도는 2014년 142위에서 2017년 100위, 2018년 77위로 올라섰다.소비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인도 민간 소비는 2017년 7.2%, 지난해 8.0% 증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134달러에 불과하지만 1만달러 이상 중산층 인구만 1억 명에 이른다.취약한 물류 인프라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델리·뭄바이산업개발공사(DMICDC)는 수도 뉴델리, 서부 뭄바이, 남부 첸나이, 동부 콜카타 등을 잇는 철도 공사를 하고 있다. 총연장이 서울~부산 간 거리의 10배가 넘는 5703㎞나 된다.델리·첸나이=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인도 남부 첸나이에 있는 마드라스인도공대를 졸업한 파반 레디(25)는 대학에 재학 중이던 2016년 친구 두 명과 함께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에어록을 창업했다. 기존 공기청정기가 너무 비싸고 수명도 짧아 저렴하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보자는 생각이었다.창업 2년여 만에 제품 개발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7월 델리 등 대기 오염이 심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기청정기 판매를 시작했다. 레디는 최근 인도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에 뛰어드는 수많은 젊은이 중 한 명일 뿐이다. 그는 “많은 친구가 취업보다 창업의 길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스타트업 창업 열풍젊은 층의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인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인도 상공부 산하 투자 유치 전담기관인 인베스트인디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현재 인도엔 1만5417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하루 평균 네 개의 스타트업이 새로 생기고 있다.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만 14개다. ‘인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기업 플립카트, 모바일 결제 기업 페이티엠, 차량 공유기업 올라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기업이 페이티엠을 비롯해 6개나 된다.인도 경제는 최근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2% 성장해 중국(6.6%)을 앞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가 올해도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올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도약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인도가 2030년 이후엔 일본 독일까지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 3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세계는 13억5000만 인구의 인도를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하고 있다.스타트업 육성 ‘총력전’인도 정부는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6년 1월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을 내놨다.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인베스트인디아를 전담기구로 정하고 스타트업에 행정·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스타트업은 창업 후 7년 중 임의로 정한 3년 동안 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법인 설립 신청부터 지식재산권 확보, 투자 유치, 규제 조항 등에 관한 무료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주(州)정부도 세금 감면, 임차료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지난달 30일 찾아간 델리의 인베스트인디아는 투자 상담을 받으러 온 기업인들로 붐볐다. 디팍 바글라 인베스트인디아 사장은 “창업하려는 기업인에게 회사 설립에 관한 모든 절차를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말했다.인베스트인디아에 파견 근무 중인 전병주 KOTRA 부장은 “스타트업 지원기구답게 조직 문화도 다른 정부 조직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인도 외교부 초청으로 방문한 한국 기자들이 바글라 사장에게 던진 질문에 배석한 직원들이 먼저 손을 들고 답하는가 하면, 바글라 사장은 즉석에서 단체 영화 관람을 제안해 한국 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전 부장은 “어릴 때부터 토론과 발표를 장려하는 문화가 인도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한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인구에 비해 산업 기반이 부족한 것도 인도가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다. 인도는 13억5000만 명 인구의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하고 10~30대 인구가 50%에 이르지만 일자리는 부족하다. 반면 스타트업 창업을 장려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할 잠재력은 크다.중국 추월한 외국 기업 직접 투자‘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앞세운 외국인 투자 유치도 인도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인도 정부는 취약한 제조업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인도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2015년 452억달러에서 지난해 610억달러로 늘었다.지난해 외국 기업이 인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 금액은 395억달러로 중국 기업 M&A(328억달러)를 추월했다. 인도 시장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남부 타밀나두주엔 현대자동차 다임러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외국 기업 3000여 개가 진출해 있다. 시루 삼파스 타밀나두주 산업부 장관은 “공장 부지를 싼 가격에 제공하고 전력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며 “최신식 주택과 국제학교, 의료 시설 등 생활 조건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신봉길 주(駐)인도대사는 “13억5000만 인구의 수요(demand)와 젊은 인구구조(demography),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democracy) 등 ‘3D’가 인도의 강점”이라며 “중국의 뒤를 잇는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델리·첸나이=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