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검사들이 받은 최고징계는 '정직 1개월'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마저도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검사의 두번째 범죄였기 때문에 처벌이 가중된 것입니다. 초범일 경우 음주 뺑소니를 해도 감봉에 그치는 등 대다수 검사들은 솜방망이 징계만 받고 있습니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현재까지 검사들의 음주운전은 총 9건 있었습니다. 그중 7건에 대해 징계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감봉이 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견책 2건, 정직 1건 순서였습니다. 지난달 23일과 27일 잇달아 음주운전을 해 물의를 일으킨 서울고등검찰청 소속 두 검사에 대한 징계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처벌 수위가 약하다보니 검사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달 27일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아 경찰에 체포된 김훈 서울고검 부장검사는 2017년 동일 전과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던 당사자입니다.

김 부장검사는 2015년에도 음주운전을 해 이번이 3번째 적발입니다. 검찰 내부기준에 음주운전 3회 적발 시 해임 또는 파면하도록 규정돼 있어 그는 검찰 역사상 첫 음주 삼진아웃 사례가 될 전망입니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검사에게 내려진 최고징계는 '정직 1개월'
검사들의 음주운전은 죄질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14년엔 광주지검 소속 정모 검사가 면허 취소 수준 상태로 운전을 해 교통사고를 내고도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감봉 1개월 처분에 그쳤습니다. 이를 포함해 검사가 음주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례는 네 차례 있었습니다.

이른바 '술 딱 한 잔만 먹고 운전하다 걸린' 경미한 음주운전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면허취소 수준 혈중알코올농도 상태에서 적발된 사례가 5건으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면허 취소 기준 혈중알코올농도가 0.1%에서 0.08%로 강화됩니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9건 모두 면허취소입니다.

물론 검사뿐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가 그동안 음주운전에 관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군대 휴가를 나온 22살 청년 윤창호씨가 만취 운전자가 몰던 자동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요지부동입니다.

지난해 11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2017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양모 검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과는 '견책'이었습니다. 불과 2달 전에 윤창호 사건이 일어났지만 법무부는 늘 하던 대로 가장 낮은 징계를 내렸습니다.

올해부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검사들의 음주운전 적발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2017~2018년엔 검사들의 음주운전이 각 1건씩만 적발됐으나 올 1월에만 벌써 두 건이 적발됐습니다.

검찰도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자체 징계수위를 높이긴 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최초 음주운전 적발이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1% 미만이면 감봉, 0.1% 이상이면 정직으로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준사법기관인 만큼 일반 공무원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경우 최초 음주운전 적발 시 정직, 2회면 강등 및 해임으로 처리하는 등 검찰보다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식구가 음주운전을 하면 여전히 경징계에 그칩니다. 국민들에게 엄벌 의지를 밝히기 전에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