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자녀들은 이때를 활용해 부모님 건강상태를 살펴보면 좋다. 노화과정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넘겨버리는 증상도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꼭 살펴봐야 할 증상들에 대해 알아봤다.
늘 유쾌하시던 부모님, 말수 급격히 줄고 소심해졌다면…치매 의심
근육량 유지하려면 단백질 섭취 중요

노년기 근육량은 건강을 지키는 필수요소다. 근력이 떨어지면 관절 감각이 줄고 연골세포 회복력도 약해진다. 오랜 시간 서서히 통증이 느껴지고 관절이 붓기 시작하면 퇴행성 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부모님이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릎이나 허리 관절 통증 때문에 장을 보러 가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계란, 우유, 육류, 생선 등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근육량 유지에 도움된다. 비타민 무기질이 많이 들어있는 채소도 충분히 챙겨야 한다. 물은 가능한 한 많이 마셔야 한다. 치아나 잇몸 통증 때문에 음식을 잘 씹지 못해 식사를 거르는 노인도 많다. 치아 주위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 잇몸과 치아를 지탱하는 뼈가 파괴된다. 치주질환이 생기기 쉽다. 예방을 위해 매일 식사 후 꼼꼼히 칫솔질을 해야 한다.

노년기에 술을 많이 마시면 부정맥, 인지기능 저하, 영양실조, 골다공증, 낙상, 우울증 등이 생기기 쉽다. 흡연은 기관지와 폐 건강에 영향을 준다. 폐암 식도암 방광암 후두암 위험이 2배 정도 높아진다. 이 교수는 “흡연은 만성호흡기질환, 심장병, 동맥경화, 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고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도 70% 높인다”며 “노인 실명 원인 중 하나인 황반변성에 걸릴 위험도 2배 이상 높아진다”고 했다. 부모님이 의지만으로 오래 피운 담배를 끊기는 힘들다. 가족이 나서서 금연을 위한 환경을 만들고 지지해야 한다.

약 때문에 부작용 호소하기도

노인들은 만성질환을 함께 앓고 있어 약을 많이 먹는다. 다섯 가지 이상 약제를 장기 복용하면 약물 간 상호작용 때문에 이상반응이 생기기도 한다. 일부 소화제는 장기간 과다 복용하면 손발이 떨리고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이 생기기 쉽다.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변비 위궤양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감기약을 잘못 먹으면 소변이 안 나오는 요폐가 생기기도 한다.

오랜 기간 문제없이 혈압약,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어도 감기 등 감염질환 때문에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저혈압, 저혈당으로 이어지기 쉽다. 혼수상태가 되거나 낙상할 위험이 높다. 처방약은 지시사항에 맞춰 복용해야 한다. 항생제를 우유와 함께 먹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감염질환 때문에 복용하는 항진균제, 항원충제 등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 구역, 구토,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기 쉽다. 주의해야 한다. 혈압약을 자몽주스와 함께 먹으면 약효가 증가해 저혈압 증상을 호소하기 쉽다. 테오필린, 아미노필린 등 기관지확장제를 복용하면서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가슴 두근거림, 불면, 불안 등 이상반응이 생기기 쉽다. 갑상선호르몬제는 공복에 투여해야 한다.

최근 6개월 내 낙상 경험이 있는 노인은 추가 골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는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이용해야 한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길을 걷는 것은 삼가야 한다.

수면장애 악화되는 것도 우울증 증상

65세 이상 노인들은 치매 증상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 있었던 가족 모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자주 가던 길을 못 찾는다면 의심해야 한다. 성격이 갑자기 바뀐 것도 마찬가지다. 기억력 장애가 의심되면 가까운 치매센터나 병원을 찾아 선별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치매를 예방하고 증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후 가볍게 동네를 걷고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두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우울증도 노년기에 흔한 질환이다. 우울한 감정만 우울증 증상은 아니다. 기력이 없고 여기저기 아프고 소화가 되지 않고 잠이 안 오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노화나 화병이라고 여기고 무시하기 쉽다. 노인 자살의 70%는 우울증 때문이다. 우울감이 심하면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수면장애가 악화돼 잠이 부족해지고 식욕저하, 무기력감을 호소한다.

노년기 소속감을 느끼는 것은 자존감과 자신감 유지에 중요하다. 꾸준히 운동하면 고립감, 우울감, 무기력함을 해소할 수 있다. 자녀들이 다녀가는 명절 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노인도 많다. 명절이 끝난 뒤엔 평소보다 자주 전화를 해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

입맛 없어 못 먹는데 체중 늘었다면…

심장질환 증상도 꼭 살펴봐야 한다.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쥐어짜는 듯 뻐근한 흉통이 느껴지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을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급성심근경색이 생겨도 환자 25%는 흉통을 호소하지 않는다. 노인이나 당뇨 질환자는 심한 무력감,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저혈압 등의 증상을 대신 호소하기도 한다. 이들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열, 인후통, 콧물 등 감기 증상이 없으면서 기침이 계속되면 심장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심부전이 있으면 마른 기침 증상을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자다가 갑자기 기침을 하고 앉아 있을 때보다 누웠을 때 숨이 더 차다면 흉부 엑스레이 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으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화장실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볼 때 갑자기 속이 메스껍거나 어지러운 증상을 호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생기면 누워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뇨제, 혈관확장제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부정맥이 있을 때도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늘 유쾌하시던 부모님, 말수 급격히 줄고 소심해졌다면…치매 의심
턱과 잇몸이 아픈데 치과에서 이상 소견이 없다고 한다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생기면 왼쪽 어깨나 겨드랑이 부분으로 통증이 점점 퍼지는데 턱이나 목, 등으로 통증이 퍼지기도 한다. 식사량이 늘지 않았는데 발이나 발목이 붓고 체중이 갑자기 증가하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디스크 질환이 없는데도 다리가 찌릿찌릿한 증상을 호소한다면 혈관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동맥경화 때문에 혈관이 막혀 근육으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걷거나 운동할 때 다리 통증을 호소한다. 이철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걸을 때 다리에 심한 통증이 있다가 쉬면 좋아지는 간헐적 파행 증상이 있으면 말초혈관질환이 없는지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이철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