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작년 11월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18’엔 전 세계 40개국에서 3072명이 다녀갔다. 참석자들은 “콘텐츠면에서 세계 최고의 포럼”, “산업계와 교육계, 학계가 만나는 산학협력의 장 그 자체”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한국경제신문은 인재포럼을 빛낸 명연사들의 통찰과 혜안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다시보는 글로벌인재포럼 2018’ 코너를 마련했다. 포럼기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때 ‘만족스러운 발표자’ 항목에서 상위권에 든 연사들의 강연을 매주 한편씩 소개한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글로벌 인재포럼 2018' 특별세션1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글로벌 인재포럼 2018' 특별세션1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순수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의 시대가 이미 왔고, 앞으로 계속 펼쳐질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맞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예비 우주인’에서 벤처사업가로 변신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지난해 11월 서울 광장동 그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8’ 특별세션Ⅰ에서 국내 메이커 운동과 팹랩을 설명하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메이커 운동은 상상한 것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제조 방법을 타인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이다. 메이커 운동이 이뤄지는 협업 및 교육 공간을 팹랩(제작 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 혹은 메이커 스페이스라 부른다.

고 대표는 메이커 운동의 일환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순수 소프트웨어, IT는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기회의 땅이 점점 좁아졌다”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 디바이스와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2010년을 전후로 다시 하드웨어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최초의 팹랩인 ‘팹랩서울’을 세운상가에서 창업한 이유도 제조 기반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세운상가의 제조 인프라를 레버리지로 삼아 팹랩에서의 메이커 운동과 하드웨어 창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팹랩의 성공 조건으로 ‘콘텐츠 확보’를 꼽았다. 그는 “메이커 스페이스란 곳은 장비와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들이 진행돼야 한다”며 “메이커 교육을 논할 때에도 교육의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메이커 운동이 도심재생을 촉진하는 긍정적 외부효과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세운상가는 젊은이들이 찾지도 않고 철거될 계획이었지만 팹랩이 들어선 이후 ‘메이커 시티’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팹랩에서의 아이디어와 세운상가의 제조 인프라가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이곳이 활기를 되찾았다는 것이다. 이어 “다 허물어져가는 세운상가에 트렌디한 카페들과 샵들이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이 찾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고 대표는 메이커 운동이 젊은 세대의 해외 진출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팹랩 모델의 시작은 미국이었지만 이젠 우리가 주체가 돼 이 모델을 세계에 퍼뜨려주는 역할을 시작했다”며 “K랩이란 이름으로 미안마 등 개도국에 팹랩을 지어주고 있는데, 이런 개발원조사업이 많은 나라에 펼쳐져서 우리 청년들이 해외에서도 기회를 발견하고 좋은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 팹랩을 처음 도입한 고 대표는 현재 벤처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3D프린터기 제조업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제조 서비스’ 제공 업체로 탈바꿈했다. 공장이 없지만 물건을 만들고 싶은 제조 수요자와 공장을 갖고 있는 제조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플랫폼 사업이다. 고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제조 서비스 시장이 2500조원에 이른다”며 “우리나라의 제조력과 근방에 있는 아시아국가들의 제조력을 기반으로 글로벌한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제조업을 강조한 고 대표는 현재의 한국 제조업 상황에 대한 우려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현재 제조업 공장가동률이 70%까지 떨어져있다”며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제조업을 무시할 수 없는데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위기감이 많이 든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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