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업체 관계자 지하주차장서 전화번호 수집…공개한 번호 사실상 처벌 불가
자동차 앞 유리에 붙은 전화번호 수집하면 처벌될까?

아파트 분양 관련 업종에서 일하던 A(25)씨는 29일 새벽 시간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찾아갔다.

A씨는 어두운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차량 하나하나에 손전등을 비추고 무언가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상쩍은 모습을 보게 된 이 아파트 경비원은 A씨를 차량 절도범으로 생각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인근 지구대까지 온 A씨는 차량을 훔치려던 게 아니었다고 펄쩍 뛰었다.

아파트 분양 관련 업무를 하는 데 차량 앞 유리에 붙여진 휴대전화 번호를 모으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업체 측에서 분양 안내 등 홍보 문자를 보내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번호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정을 듣게 된 경찰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일단 차 주인이 앞 유리에 붙인 번호를 수집한 것 자체만으로는 개인정보법 위반 등 범죄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리에 붙인 번호는 남에게 공개한다는 의미로 차 주인이 스스로 붙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우선 A씨가 지하주차장에 몰래 들어왔다는 경비원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접수했다.

그러나 주거침입도 적용하기가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터진 공간으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개된 곳임을 고려하면 주거침입 혐의로 처벌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주차장에 들어온 의도나 목적이 의심스럽다고 해도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일반적인 지하주차장이라면 주거침입으로 보기 어렵다"며 "만약 주민만 출입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통제하는 지하주차장일 경우 주거침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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