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한 검찰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에는 기소를 마쳐 7개월을 끌어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4일 오전 2시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결정을 내렸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구속일을 포함해 20일 안에 피의자를 기소해야 한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에는 빠져 있지만 ‘재판부 배당 조작’과 ‘정치권 재판 청탁 수용’ 의혹을 추가로 수사해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포함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사에 대한 자신감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혐의 입증이 어려운 직권남용에 대해 구속 신청 단계에서부터 법원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법원 판례에서 뇌물죄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듯 공무원의 지위를 활용한 범죄를 처벌할 유일한 법리인 직권남용죄도 적용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검찰은 260쪽이 넘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청구서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공무상비밀누설 등 40여 개 혐의를 적시했다. 주요 혐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서의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및 인사 보복(판사 블랙리스트)으로 직권남용이 대다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무작위로 배당해야 하는 재판을 자기 입맛에 맞는 특정 재판부로 보내기 위해 배당 조작을 조직적으로 공모한 증거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2015년 12월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검찰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의 ‘재판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과의 암묵적 지시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하면 이번 기소에선 이들 혐의를 빼놨다가 추가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 수사의 최대 난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입이다.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된 임 차장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해 검찰은 추가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임 전 차장의 첫 정식 재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날 임 전 차장은 재판에 넘겨진 뒤 처음으로 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