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팎에는 팽팽한 긴장감…구속 촉구·반대 동시 집회경비 인력 법원 주변 500여명 배치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2일 만에 다시 포토라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앞 포토라인을 지나게 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검찰 포토라인을 지날 때처럼 굳게 입을 다물었다.양 전 대법원장은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오전 10시 24분께 법원에 도착했다.그는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정이 어떻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잠시 멈칫했으나 예고한 대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양 전 대법원장이 공개적 자리에 선 것은 지난 11일 첫 검찰 조사 이후 12일 만이다.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책임자로 꼽히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역시 굳은 표정으로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321호 법정으로 입장했다.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운명의 날'을 앞두고 법원 안팎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시위대 충돌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법원 앞에는 경찰 9개 중대 500명이 배치됐다.서울중앙지법 앞 법원 삼거리 오른편에는 '양승태 구속'이라는 플래카드를 커다랗게 내걸고 구속 촉구 집회가, 왼편에선 보수단체들이 '문재인 퇴출'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구속 반대 집회를 열었다.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는 "사법 농단이 수습되는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범죄사실은 충분히 소명됐고, 퇴임 후 잠적에 버금가는 행태들로 수사에 철저히 대비했던 점을 종합하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된다"며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촉구 집회를 열었다.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법원조직을 보호하는 처사가 아니다"면서 "제 식구 감싸기와 보은성 처분을 내렸다는 국민의 싸늘한 여론을 법리의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들어올 때 이용한 서관 출입구를 한시적으로 전면 통제했다.취재기자도 비표를 받아야만 서관 출입구 쪽에 접근할 수 있었다.경찰 경비 인력은 서울중앙지법 서관 방면에도 빽빽하게 배치됐다.양 전 대법원장에게 계란 등을 투척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부 경비 인력이 장우산을 들고 대기하기도 했다.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각각 구속심사를 받는 321호 법정과 319호 법정에선 이날 다른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두 사람 입장 이후 복도에는 적막감이 흘렀다.사법행정관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23일 자정을 넘겨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뉴스
집회·기자회견 잇달아…마이크·스피커 동원해 대치노동계 "사법부 신뢰회복 마지막 기회"…'애국 진영'은 "표적 수사" 주장'양승태를 구속처벌! 사법농단 피해 원상회복!'(민주노총), '사법부는 좌파정권 눈치 그만 보고 법치주의에 입각하여 공정재판 하라!'(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턴라이트)사법 농단 의혹의 정점에 선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23일 서울중앙지법 앞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뒤섞였다.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콜텍 노동자들로 구성된 '콜텍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콜텍 공대위), 민주노총은 이날 중앙지법 서문으로 통하는 법원삼거리 서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했다.이들은 영장 심사를 1시간 앞둔 오전 9시 30분 전공노 법원본부를 시작으로 9시 50분 콜텍 공대위, 10시 민주노총 순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전공노 법원본부는 이달 16∼22일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법원 구성원 3천253명, 일반 시민 1만12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이를 법원에 제출했다.콜텍 공대위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해직 노동자들이 쓴 판결문을 읽은 뒤 양 전 대법원장 가면을 쓴 남성을 철창 뒤에 가두는 퍼포먼스를 했고, 민주노총도 '구속영장 발부'라고 적힌 대형 인쇄물을 들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했다.이 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및 재판 거래 의혹 때문에 사법부 신뢰가 추락했다며 구속을 촉구했다.전공노 법원본부 조석제 본부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우리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마저 내팽개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반면 같은 시간 법원삼거리 동쪽에서는 자유연대와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등의 단체들이 합동으로 집회를 열어 검찰과 정부를 규탄했다.이 단체들은 스스로 '애국 진영'이라고 표현하며 '표적수사 규탄한다', '윤석열 사퇴하라', '문재인 퇴진하라'라고 쓴 손팻말을 들었다.이 집회의 한 참석자는 "입법과 사법, 행정 삼부가 권력을 균등하게 행사할 때 민주주의가 번성하는 것인데, 어느 날 행정부가 폭력 집회에 무너지더니 이번에는 사법부 수장을 구속하려 한다"고 주장했다.이 단체들은 콜텍 공대위가 기자회견문을 읽자 애국가를 부르는 등 신경전도 벌였다.30m가량 떨어진 법원삼거리 양쪽 인도에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 서로 반대 내용을 주장하면서 대치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각 집회와 기자회견의 참가 인원은 수십 명으로 인원이 많지는 않았다.경찰은 충돌을 우려해 오전 9시께 9개 중대를 투입해 일대를 통제했고, 이날 법원삼거리에서 집회를 신고하는 단체들을 취지에 따라 분류해 행사 위치를 동쪽과 서쪽으로 각각 유도했다.경찰은 현장에서 스피커를 이용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차로를 일부 통제하고 있다"며 "불편하더라도 경찰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이 일대의 소란은 오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사법농단 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2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오후 7시부터 '구속 촉구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연합뉴스
검찰-梁 치열한 공방…"반헌법적 중대 범죄" vs "직권남용죄 성립 안돼"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했다.이날 오전 10시25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청사에 처음 출두할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포토라인을 지나쳤다.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62)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오전 10시20분께 입을 다문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양 전 대법원장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명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다.박 전 대법관은 같은 법원 319호 법정에서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심문을 받고 있다.구속 여부는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심문에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비롯한 이번 수사의 핵심 인력을 투입했다.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최정숙ㆍ김병성 변호사가 변론하고 있다.검찰은 40개 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모두 헌법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을 강조하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만나 징용소송 재판계획을 논의한 점,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의 이름 옆에 직접 'V' 표시를 한 점 등을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각종 의혹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증거로 제시한다.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 물증이나 후배 판사들 진술과 어긋나는데도 구속하지 않는다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자택 압수수색과 세 차례 소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한 점,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주의 우려도 없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법리 다툼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박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지인 형사재판 관련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0여 차례 무단 접속해 고교 후배인 사업가 이모(61)씨의 탈세 혐의 재판 진행상황을 알아본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를 두 번째 구속영장에 추가했다.2017년 3월 법원을 퇴직한 임종헌(60ㆍ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씨의 투자자문업체 T사 고문으로 취업하도록 박 전 대법관이 알선한 정황도 확인됐다.검찰은 임 전 차장의 취업에 이씨의 재판 관련 민원을 들어준 데 대한 대가성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책임을 지고 법원을 떠난 임 전 차장의 진술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증거인멸 정황으로 제시할 방침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