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기업 '회생' 선호하는데
수도권·충청권 등선 이례적 추월
"경제활력·도전정신 갈수록 약화"
서울회생법원, 수원지방법원, 의정부지방법원 등 수도권 법원에선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회생 신청을 앞지르는 ‘이례적인’ 현상도 발생했다. 법원 관계자는 “회생을 통해 기업이 재기하기보다 파산을 통해 청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은 현행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문제가 있거나, 경제의 활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에서 지난해 기업 파산 신청은 402건으로 회생 신청(389건)을 앞섰다. 2017년에도 기업 파산 신청은 351건으로 회생 신청(324건)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재기보단 차라리 사업 접겠다"…파산 신청이 회생 앞질러

지난해에는 서울회생법원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충청권 법원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수원지법은 작년 기업 파산신청이 87건으로 회생(86건)보다 많았고, 의정부지법(파산 23건, 회생 13건) 춘천지법(파산 13건, 회생 8건) 청주지법(파산 17건, 회생 14건) 제주지법(파산 9건, 회생 7건) 등도 지난해부터 파산 신청이 회생 신청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법원 관계자는 “사업의 청산을 의미하는 기업 파산 신청이 보통 경영난에 처한 회사들이 1차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기업 회생 신청보다 많았던 적은 없었다”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회사가 경영난에 처하면 법정관리를 신청해 채무를 조정하고,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을 거쳐 정상기업으로 새로 시작하게 된다. 이 회생절차에서 채무재조정 및 구조조정, M&A 등에 실패하면 파산으로 간다. 회생 신청 후 10~20%만 재기에 성공하고 80~90%가량은 파산으로 가는 사례가 많다는 게 법원 측 분석이다. 사업의 재기 가능성이 없으면 곧바로 기업 파산을 신청하기도 한다. 개인사업체, 영세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은 채권 채무 관계가 복잡해 법원에 파산 절차를 거쳐야만 회사를 청산할 수 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주력 산업 부품업체가 몰린 수도권 지역에서 기업 파산 신청이 회생 신청보다 많아지기 시작한 것에 대해 ‘도전(기업가) 정신’이 부족해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는 “경영환경 악화로 회생제도를 통해 재기하지 못한 기업이 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은행권의 ‘대출 죄기’가 여전해 회생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 파산 신청 증가 속도는 회생 신청에 비해 훨씬 빠르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기업 파산 건수는 807건으로 5년 새 50%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회생 신청 건수는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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