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수자원공사 40대 직원이 새벽 4시까지 밤샘 근무를 한 뒤 퇴근길에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사 내부 직원들의 비판 목소리가 끓고 있다. 수자원공사를 포함한 많은 공공기관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맞춰 근무혁신을 선언했지만 보여주기식 행정과 후진적 근로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새벽 대전 본부 소속의 이모씨가 야근 후 회사 근처에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당초 16일 예정됐던 ‘청렴 선언 대책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며칠간 밤샘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퇴근시간 이후 업무용 컴퓨터를 자동 종료하는 ‘9 To 6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사건 당시 이씨는 일요일에 나와 새벽 4시까지 컴퓨터 작업을 했다. ‘청렴선언 대책회의’는 연기됐다.

수자원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앞뒤를 가리지 않는 업무 강요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수자원공사는 작년 7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맞춰 근무 혁신을 선언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2018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의 청렴도는 전체 5등급 중 두 번째로 낮은 4등급이었다. 노조는 “(수자원공사 경영진이) 최하위 수준의 청렴도 회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 직원 설문 조사, 특별대책위원회 수립과 발족,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 등 주문을 쉼없이 쏟아냈다”며 “업무를 담당한 고인은 업무 강요와 일정 독촉에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일선 직원들도 “관행적인 야근부터 고쳐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수자원공사 직원은 “일이 없어도 밤 11시, 12시 퇴근하기 일쑤고 먼저 퇴근하면 눈치를 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정부 정책에 맞춰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했지만 근태 관리를 위한 경영진들의 인식이나 인프라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다른 공공기관 직원 사이에서도 내부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사측은 “아직 사인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이번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회사 차원에서 유가족을 도울 일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