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 군수기업인 후지코시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2부(부장판사 임성근)는 18일 194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 12~18세 나이로 일본 도야마 공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린 피해자와 유족 등 27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해자 1인당 8000만~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후지코시와 일본은 나이 어린 원고 등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교사 등 연장자를 동원하거나,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등 기망·회유·협박 등의 수단을 동원해 근로정신대에 지원하게 했다”며 “원고들은 당시 대부분 10대 초반이었으나 위험한 작업에 종사했고, 70년이 넘도록 보상이나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2003년 일본 도야마 지방재판소에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당시 재판소는 한·일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패소 판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11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한국 대법원이 신닛테쓰스미킨(新日鐵住金)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고, 일본 법원 판결의 국내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자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