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人국가 되려면 명분의 정치와 실용주의 경제 균형 이뤄야"
“보부상은 동업자 단체이자 독립운동가의 산실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너무 잊혀져 가는 것 같아 보부상 관련 책을 내고 있습니다.”

이인희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볼리비아 자문관(66·사진)은 10년째 보부상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오는 4월께 《제국의 상인》 두 번째 권을 발간할 예정이다. 사실에 픽션을 가미한 보부상 관련 소설이다. 작년 1월 출간한 《제국의 상인》 후속작이다. 소설로 내는 것은 읽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다. 최근 휴가를 맞아 귀국한 이 자문관을 만났다. 광운대 경제학 박사인 그는 1979~1992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했고 이후 이탈리아 섬유패션회사의 한국지사 대표를 거쳐 의류유통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 자문관은 “오늘날 모든 국가는 경제발전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서구의 모든 나라들은 이미 상인국가이며 상인국가의 중심은 기업이고, 이들을 움직이는 사람은 기업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정신 즉 상인정신의 핵심은 개척정신과 상도의”라며 “개척정신은 도전정신, 상도의는 선비정신에 각각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자문관은 “조선 초 역성혁명에 불복한 고려 귀족들이 대거 상인세력으로 들어오면서 보부상의 중심 세력이 됐다”며 “이들은 조선시대 내륙지역 유통을 담당하던 조선 경제의 중요한 상인집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시민조직인 보부상은 양반사회와 조정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힘을 가진 세력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자문관은 “조선 말 일본이 조선 침략에 앞서 가장 두려워한 존재가 바로 보부상이었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1897년 계림장업단이라는 무장행상집단조직을 만들어 인천에 상륙시켰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보부상 이야기를 쓰는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자문관은 “정부는 기업들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뒤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활동을 지배하려고 하면 기업의 창의성과 모험심이 약화되고 결국 투자의욕을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분의 정치와 실용주의 경제사상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며 이런 상인국가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