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
'첨단베어링 산업 선도' 경북 영주시

첨단베어링산업국가産團 추진
5년간 6000억 들여 클러스터 조성
완료되면 관련 기업 100개 육성…일자리 1만5000개 창출도 기대

중부권 동서내륙철도 건설
서산·울진 등 12개 시·군 걸쳐 2030년까지 총연장 330㎞
중앙선 복선전철화 완공땐 '시너지'
경북 북부의 관광도시 영주시가 베어링과 힐링산업 중심지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직원들이 베어링아트 생산라인에서 베어링을 검사하고 있다.  /영주시 제공

경북 북부의 관광도시 영주시가 베어링과 힐링산업 중심지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직원들이 베어링아트 생산라인에서 베어링을 검사하고 있다. /영주시 제공

‘나를 비추어 남을 바라보는 당신이 바로 선비입니다.’ 11일 찾은 영주시청 건물에 내걸린 현수막이 선비의 도시 영주시임을 한눈에 일깨운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중심으로 영산의 정기가 서린 살기 좋은 경북 영주시는 선비와 충절의 고장이자 정신문화교육의 요람이다. 한국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을 비롯해 선비문화수련원,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의거 유적지인 금성대군신단이 있다. 한국 최초의 국권 회복 무장독립단체인 대한광복단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요즘 이곳 영주시가 베어링국가산업단지 추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병권 영주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경북 북부권에 국가산업단지도 이례적이지만 베어링이라는 특정 부품을 테마로 한 국가산단 추진은 전국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주시는 삼국시대 때 고구려 땅이었으나 신라 파사왕이 점령한 뒤 신라에 복속됐다. 고려시대 내령군이 영주(1258년)로 불리면서 영주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때 영천군, 풍기군, 순흥군이 영주군으로 통합되고(1914년), 1940년 영주면이 읍으로 승격했다. 1980년 영주읍이 영주시로 승격되고 풍기읍과 9개 면은 영풍군으로 분리됐다가 1995년 영주시와 영풍군이 영주시로 통합됐다.

영주시는 풍기인삼, 영주사과, 한우로 유명하다. 영주시는 2021년 풍기 세계인삼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영주시가 글로벌로 눈높이를 높인 계기는 지난해 8월 찾아왔다. 부석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면서다.

월남 기업가들이 꽃피운 풍기 인견

'풍기인견 고장' 영주…'산업의 쌀' 베어링으로 미래 먹거리 찾는다

영주시가 산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풍수와 관련 있다. 영주시는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의 10승지 가운데 제1 승지다. 영주 부시장을 지낸 김재광 경상북도 복지건강국장은 “6·25전쟁 후 평안도 등지에서 직물공장을 운영하던 이북민들이 풍수가 좋다고 알려진 풍기로 직기를 들고 옮겨오면서 인견산업이 꽃을 피웠다”고 설명했다. 전란으로 옷감생산이 어려워지고 품귀 사태까지 빚어지자 당시 인견산업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전국 5개 연초창을 통합한 KT&G 연초제조창이 영주에 유치된 비화도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합 연초제조창이 전북 전주로 이전할 예정이었으나 민선 1기 김진영 시장의 노력으로 영주 유치를 성사시켰다. 송 사무국장은 “김 시장이 당시 민주당에 입당하는 결단을 보이며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영주시는 도시의 개방성이 높다. 경북 충북 강원 3도 접경지역의 중심이자 중앙선 영동선 경북선이 교차하는 철도교통 요지로 철도의 혈맥이다. 중앙고속도로와 국도 5·28·36호선도 교차한다. 한상길 시 행정안전국장은 “경북과 강원을 관할하던 영주지방철도청은 서울 대전 부산 순천과 함께 전국 5청의 하나였다”며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도시가 개방성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풍기인견 고장' 영주…'산업의 쌀' 베어링으로 미래 먹거리 찾는다

베어링 국가산단 추진하는 영주

영주시는 미래를 바꿀 프로젝트도 본격화하고 있다. 베어링국가산단 조성과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에 반영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베어링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기계의 중요 부품이다. 베어링의 50%가 자동차 분야에 활용되고 자동차 한 대에 100~300개의 베어링이 사용된다. 철도와 비행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진공청소기 등 베어링이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반도체와 로봇,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로 활용되고 있다. 장욱현 시장은 “고부가 베어링 제품은 수입에 의존해 한 해 2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다”며 “베어링 강국을 만들기 위한 야심찬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영주시는 장 시장이 취임한 민선 6기부터 첨단베어링산업을 지역 대표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2017년 말 하이테크 베어링시험평가센터(사업비 270억원)를 구축했고,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의 국가산단 후보지로 최종 확정됐다.

영주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국책사업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국가산단으로 지정받으면 5년간 6000억원이 투입돼 130만㎡ 규모로 영주시 문정·적서동에 조성한다. 시는 2022년 연구개발 중심의 첨단 베어링 기업 100개 이상을 육성해 1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영주시의 베어링산업 육성은 2011년 일진그룹 베어링아트가 반구농공단지에 입주하면서다. 이후 일진그룹 사내 기업 10여 개와 협력사 5개 등 베어링 관련 기업이 영주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영주시는 힐링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2016년 8월 전국 최초로 개장한 국립산림치유원은 1480억원이 투입된 국책시설로 힐링산업 클러스터의 핵심 인프라다. 중부권 동서내륙철도 건설은 영주시 발전을 견인할 신성장 동력이다. 충남 충북 경북 3개 도와 서산 당진 천안 청주 문경 예천 울진 등 12개 시·군에 걸쳐 2030년까지 추진되는 사업으로 총연장 330㎞다. 시 관계자는 “2020년 중앙선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