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 선수 [사진=채널 A 방송화면 캡처]

김보름 선수 [사진=채널 A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세계 최대의 겨울 스포츠 이벤트인 동계올림픽이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리면서 인기종목 중심으로 붐이 일어났다. 하지만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과는 달리 그 이면에서는 노선영 선수 왕따 논란에 이어 최근 컬링 '팀킴' 기자회견 등 곪아 있던 비리가 터지면서 빙상비리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근에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선수 성폭행 의혹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국민 쇼트트랙 간판스타를 둘러싼 성폭행 의혹만으로도 사회적 충격이 거센 가운데 이어 김보름 선수의 대표팀 내 왕따 주장이 제기됐고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성폭행 폭로를 막으려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 '팀킴의 눈물'
팀킴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팀킴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영미 신드롬'을 일으키며 은메달을 획득했던 컬링 여자 국가대표 팀킴(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의 기자회견 다소 의외였다. 컬링의 인기를 이끌며 TV광고를 찍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팀킴은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이 열고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김민정 감독, 장반석 감독등 감독단 가족의 전횡을 폭로하며 마음 편히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먼저 이날 팀킴은 감독단으로부터 억압·폭언을 당하며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주장하며 외부와 차단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어린이집 행사에도 강제로 동원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들에게서 욕설과 폭언을 자주 들어 모욕감을 느꼈고 선수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은정은 "올림픽 이후 확실하게 느낀 건 (감독단이) 저희들이 성장하는 것을 별로 바라지 않더라. 10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감독단이 딱 원하는 정도까지만 성장을 하길 원했다. 그 이후의 성장은 계속 방해했다. 감독단보다 선수들이 더 성장하고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후 팀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관련 보도가 줄을 이었고 결국 김경두 전 부회장 일가가 컬링계를 떠난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의성군 역시 컬링훈련원 열쇠를 건네받아 얼음판 정비에 나섰고 지난 12월 23일부터 팀킴은 다시 얼음 위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됐다.

김은정은 "걱정을 끼쳐서 죄송하다. 많이 응원해주신 만큼 동계체전 준비를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선수들 모두 잘 뭉쳐서 하던 대로 준비를 잘하고 저희가 가진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조재범, 심석희 성폭행 의혹
심석희 선수(좌)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우) [사진=연합뉴스]

심석희 선수(좌)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우) [사진=연합뉴스]

심석희의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 성폭행 혐의 추가 고소는 모든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심 선수는 지난해 12월 1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전 코치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이다.

2014년 당시 심석희는 만 17살의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성폭행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2달여 전인 비교적 최근까지 계속됐으며 국제대회를 전후로 집중 훈련을 하던 기간에도 피해를 봤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범죄 행위가 일어난 장소는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도 포함되어 있다. 또 초등학교 때부터 코치를 맡으며 상습 폭행과 함께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했고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싶으면 내 말을 들으라"는 식의 협박 때문에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심 선수 측 관계자는 "그는 최근 조재범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고심 끝에 조재범 코치를 추가 고소했다"라고 밝혔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고소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한편, 지난달 말 조 전 코치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면적인 조사를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 전 코치는 201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심 선수를 비롯한 쇼트트랙 선수 4명을 상습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8월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인 가운데 이런 보도를 접하고 "사실무근이다"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 김보름 "오히려 내가 노선영에게 괴롭힘 당해"
김보름 선수(좌) 노선영 선수(우) [사진=연합뉴스]

김보름 선수(좌) 노선영 선수(우)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김보름의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빙상계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11일 채널 A와의 인터뷰에서 대표팀에 합류한 2010년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전까지 대표팀 선배 노선영에게 연습 방해와 폭언을 비롯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빙속 여자 팀추월 종목에서 노선영이 김보름과 박지우에 한참 뒤처져 들어오면서 두 선수가 노선영을 '왕따'시켰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오히려 자신이 괴롭힘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해 팀추월 경기 이후 김보름 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수십만 명이 서명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문체부는 두 선수를 비롯한 당사자들의 진술과 경기 전후 상황 분석 등을 통해 고의적인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국민적 비난을 한몸에 받은 김보름은 평창올림픽 1주년을 앞둔 시점에 반격에 나선 것이다.

김보름은 당시 노선영이 인터뷰를 통해 제기한 김보름의 한국체대 특혜 훈련 논란 등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재 노선영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괴롭힘 주장에 대한 정확한 진위는 알 수 없다. 김보름의 폭로가 공교롭게도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로 빙상계가 발칵 뒤집힌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 전명규 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 전방위 압박 의혹
전명규 전 빙상연맹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전명규 전 빙상연맹부회장 [사진=연합뉴스]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처럼 빙상계 의혹은 꼬리를 물듯 제기되고 있다. 심 선수의 성폭행 의혹 보도 이후 전명규 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 측이 성폭행 폭로를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젊은빙상인연대 법률자문 박지훈 변호사는 "전명규 전 부회장 측이 젊은빙상인연대의 빙상 코치 성폭행 폭로를 막기 위해 수개월간 조직적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 선임 등 움직임을 보일 때부터 압박이 시작됐다. 이번 폭로 직전까지도 계속됐다"고 덧붙였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이르면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 2명의 피해 사실을 추가 폭로한 뒤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앞서 심 선수는 지난달 폭행 혐의로 구속된 조재범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심 선수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두 달 전까지 조 전 코치의 성폭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한편 전명규 교수는 지난해 1월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했을 때도 다른 선수의 입막음한 정황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조재범 전 코치는 전명규 교수의 최측근이자 빙상계 내 같은 파벌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빙상계에서 연이어 기자회견과 고소,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빙상계 전체를 전면 재조사해야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체육계에 만연한 성적지상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빙상계 내부의 권력 관계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코치 1인에게 체육인의 인생이 걸릴 수 있는 문제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치나 감독에게 잘못 보인 경우 훈련은 물론 시합에도 참가할 기회를 박탈당해야 하는 현실이 범죄에 대해서도 입을 닫아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빙상계를 넘어 체육계 비리를 뿌리부터 뽑아야한다고 들끓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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