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이학수 법정 대면 무산
증인 15명을 부르는 등 항소심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 측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핵심 증인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제승완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2차 공판은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던 이 전 부회장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 10분 만에 끝났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사면 등을 바라고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해줬다는 의혹과 관련한 핵심 증인이다.

법원은 이 전 부회장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의 주소지로 네 차례에 걸쳐 증인 소환장을 보냈으나 전달하지 못했다. 재판 전날인 8일 밤에도 집행관이 직접 주소지까지 찾아갔으나 이 전 부회장을 만나지 못했다.

재판부는 추후 다시 기일을 지정해 이 전 부회장을 소환하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에서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아는데 응답을 안 하는 걸 보면 고의로 소환에 불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인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김인겸 부장판사는 “송달이 안 된 상태에서 당장 구인영장을 발부하기는 곤란하다”고 거절했다.

변호인단이 신청한 핵심 증인들이 협조하지 않으면서 이 전 대통령 측엔 ‘빨간불’이 켜졌다.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들을 직접 법정에 불러 진술의 신빙성을 다퉈보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1일 증인신문이 예정된 제 전 행정관도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