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수가 지난해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노총의 모태인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이 1946년 설립된 이후 72년 만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도 9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늘어난 조합원은 양 노총을 합해 15만3000여 명, 1년 만에 10% 가까이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바람을 타고 양 노총이 급격히 세를 불린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노조는 여전히 대기업과 공공부문 중심이어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안랩 등 IT업계도 '노조 깃발'…양대노총, 조합원 10% 늘렸다
포스코 품은 한국노총

6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01만6000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2월 한국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 보고된 조합원 수는 총 97만5574명이었다. 1년 새 4만여 명(4.1%) 늘어난 것이다.

조합원 100만 명 돌파에는 공무원 조합원 증가와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과의 조합원 유치 경쟁이 한몫했다. 2017년 말에는 대한민국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연맹에서 한꺼번에 1만 명 넘게 가입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에서만 7000여 명이 한국노총에 새로 가입했다. 한국노총은 작년 9월 포스코 기존 노조를 재건하는 방식으로 조직화에 나서 급속히 조합원을 늘렸다. 대표노조 자리를 놓고는 민주노총과 일전을 벌여 사측과 교섭할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LG전자서비스 노조에서도 지난해 조합원이 3000여 명 늘었다. LG전자가 같은 해 11월 전국 서비스센터 130여 곳의 근로자 3900여 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하면서 이들 중 대다수가 한국노총에 가입한 것이다. 앞서 7월에는 삼성화재 자회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근로자 500여 명도 한국노총 식구가 됐다. 이 밖에 지난해 8월 창사 23년 만에 노조가 생긴 사이버보안업체 안랩과 보험설계사 노조인 전국생활금융산업노조도 한국노총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IT업계 공략 나선 민주노총

오는 28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노총은 소속 조합원 수를 약 90만 명으로 잠정 집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78만6563명이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15%(11만3000여 명) 가까이 늘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압도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지난해 ‘노조 불모지’였던 정보기술(IT)업계에 깃발을 많이 꽂았다. 지난해 4월에는 네이버가 인터넷업계 최초로 가입했고, 9월에는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10월에는 카카오까지 민주노총에 들어갔다. 이들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소속이다. 한국노총에 대다수를 내주긴 했지만 11월 직접고용을 발표한 LG전자서비스 근로자 1000명 안팎도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앞서 2013년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온 삼성전자서비스노조는 지난해 11월 8800여 명에 대한 회사 측의 직접고용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양 노총이 친노동 정부 아래서 세를 불리고 있지만 전체 조합원의 80% 이상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속해 있다. 조합원 상당수가 이미 상대적으로 안정된 조건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는 얘기다.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조직률도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57.3%인 반면 100~299명은 14.9%, 30~99명은 3.5%, 30인 미만은 0.2%에 불과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대기업 중심의 노동운동이라는 점이 통계로도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