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파출소 한진국 경위…서울역 노숙인들의 '큰 형님'
서울역파출소 소속 한진국 경위(58·사진)가 4일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 쉼터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에 들어서자 앉아 있던 30여 명의 노숙인이 인사를 건넸다. 노숙인들은 “형님 담배 하나 주세요” “아침에 라면도 못 먹었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한 경위도 “대신 이제 술, 담배 좀 그만해라”고 웃음으로 답했다.

한 경위는 2015년 4월부터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에서 노숙인 전담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노숙인 전담 경찰관은 서울역, 영등포역 등 노숙인이 많이 모이는 곳에 주로 배치된다. 노숙인 범죄를 예방하고 노숙인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15년 동안 노숙인 전담 경찰관으로 일했던 장준기 경감에 이어 한 경위가 바통을 넘겨받아 노숙인과 함께하고 있다. 한 경위는 “연말연시에는 강추위에 노숙인이 동사할 수 있어 항상 신경쓰고 있다”며 “새해에는 더 많은 노숙인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전담 경찰관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 경위의 주 업무는 서울역 인근을 순찰하며 노숙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는 일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5, 6차례 돌아다니며 서울역에 머무는 250여 명의 노숙인과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새롭게 들어온 노숙인의 얼굴을 익히고 노숙인이 적절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한 경위의 역할이다. 한 경위는 “중간중간 노숙인이 자주 바뀌지만 신기하게도 전체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며 “5년차에 접어드니 지금까지 병원을 몇 번 다녀왔고 술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등 사소한 부분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노숙인을 대하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한 경위는 “예전에는 마음이 약해져 돈을 빌려주기도 했는데 절대 갚지 않더라”며 “이제는 1000원짜리를 들고 다니며 가끔 담배나 라면 등을 사주면서 달래기도 한다”고 했다.

한 경위는 “최근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노숙인이 늘어난 게 고민거리”라고 토로했다. 그는 “정신질환자의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는 내용이 자주 나오고 있는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정신질환자들이 결국 노숙 생활을 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극단적인 과대망상 및 이상행동을 하는 노숙인이 있으면 즉각 응급입원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경위는 “노숙 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은 단발적인 프로그램으로 절대 재활에 성공할 수 없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노숙인을 재교육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