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英 전쟁영웅, 유언대로 한국땅에 안장
6·25전쟁 때 중국군(중공군) 진지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육박전을 벌여 전쟁영웅으로 불린 영국군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사진)이 부산 유엔공원에서 영면한다.

3일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작년 6월 별세한 스피크먼의 유해가 유언에 따라 다음달 인천공항으로 봉환돼 부산 유엔묘지에 안장된다. 영국군 병사로 참전해 영웅적인 공적으로 영연방 최고 무공훈장인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은 스피크먼은 지난해 향년 90세로 별세했다. 영국 언론들이 그의 별세 소식을 크게 보도할 정도로 전쟁영웅으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고인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1월 임진강 유역 마량산(317고지) 전투에서 용맹을 떨쳤다. 마량산은 해발 315m의 임진강 일대 저지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로 미군이 수차례 점령에 실패한 곳이다.

당시 24세로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1연대 소속이던 스피크먼은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던 중공군의 진격을 저지하는 전공을 세웠다. 그는 1952년 1월 영국으로 이송됐지만 3개월 뒤 자진해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같은 해 8월까지 전장을 지켰다. 이런 전공으로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았다. 그는 2015년 이 훈장을 한국에 기증했다.

2010년과 2015년 한국을 방문한 그는 “영국 사람들에게 늘 한국의 발전상을 얘기하며 ‘내가 그곳에서 싸웠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며 “군인은 언제나 자기가 싸웠던 장소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죽으면 재가 돼 이곳(마량산 고지)에 묻혀 영면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