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평균나이 91세...이대로면 3년 내 생존자 없어
위안부 피해자 수요집회에서 더 이상 할머니의 모습은 보기 힘든 것일까.

새해 첫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2일 열렸다. 매서운 한파 속에 1368차를 맞은 이날 수요집회엔 200여명의 학생 및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했지만 정작 피해자 할머니는 끝내 한 분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1992년 1월부터 27년 가까이 할머니들과 함께해 온 수요집회는 지난 11월부터 피해자 없는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할머니들의 건강이 날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회에 함께하시던 김복동 할머니께서는 큰 수술을 하셨고, 길원옥 할머니께선 집회 다음날 항상 편찮으셔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건강 상황을 전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할머니 중 생존자는 이날 기준 25명에 불과하다. 생존자들은 매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2015년까지 생존자는 46명이었지만 △2016년 40명 △2017년 32명 △2018년 25명까지 줄었다. 2016년과 지난해 1명씩 새로 피해자로 등록한 경우를 고려하면 매년 7~8명이 세상을 떠난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등록 피해자의 평균 연령이 91세에 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해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화해치유재단 관계자들이 피해자 할머니들의 장례식장을 찾는 등 공식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일본과의 협의를 떠나 국내 화해치유재단의 공식적 활동부터 정부가 멈춰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연구와 현황 파악이 미비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활발한 연구활동을 돕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연구소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폭력방지본부의 하부 기관으로 출범해 독립적인 활동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김창록 연구소장이 연구소 출범 3개월만인 지난 11월 소장 직에서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단순히 여성가족부의 위탁사업 형식으로는 독립적인 연구활동이 불가능하다”며 “법으로 독립성이 보장된 국립연구소가 설립돼야 피해자 현황 파악과 사료 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