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교섭 쉽진 않아…회사, 노동자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
'굴뚝농성' 파인텍 2번째 교섭…사측 "굴뚝 올라가면 영웅인가"
75m 높이 굴뚝에서 413일째 농성하는 파인텍 노동자와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 측이 29일 교섭을 위한 2번째 만남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이승열 부위원장과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 등 노조 측 대표들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섭을 시작했다.

교섭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불법 저지르고 굴뚝 올라가면 영웅이 되는가"라며 "평생 제조업을 했지만, 제조업 하면 언론에서 악덕한 기업인으로 몬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기업을 하고 제조업을 하는가.

회사가 어렵다"면서 "빨리 굴뚝에서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차광호 지회장은 "1차 교섭 때 이야기한 것처럼 (입장) 차이가 있다"면서 "기업이 노동자와 함께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입장만 (주장)하니까 400일이 넘게 굴뚝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섭이 오래 걸릴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쉽지는 않다.

김세권 사장이 이런 마인드(마음)를 가지고 온다면 어떻게 풀 수 있겠는가"라며 "회사가 운영되려면 노동자가 같이하는 것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승렬 부위원장은 "고공농성이 길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며 "목표는 오늘이라도 (굴뚝 농성을) 끝내고 싶다.

상대가 있으니 최대한 설득해 이와 같은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굴뚝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살도 많이 빠졌고 올라간 의사에 따르면 몸무게도 많이 빠져서 의학적인 처치가 곤란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며 "더는 (농성이) 길어지지 않아 그분들에 대한 건강이 악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섭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계 관계자들도 배석했다.

교섭 시작 전 김세권 대표가 강한 어조로 굴뚝 농성자들을 '불법'이라고 비판한 만큼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27일 양측은 굴뚝 농성이 시작된 지 411일 만에 처음으로 만나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눴지만, 양측의 견해차만 확인했다.

노조 측은 소속 조합원 5명을 파인텍 모회사인 스타플렉스 공장에 고용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회사 측은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 등 2명은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굴뚝 꼭대기에서 413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차광호 지회장은 지상에서 20일째 단식 투쟁 중이다.

차 지회장은 단식을 계속하면서 교섭에도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