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m 굴뚝서 412일째 고공농성'…"정부·국회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최영애 인권위원장 "고공농성 결코 올해 넘기면 안 돼"
인권위원장 파인텍 굴뚝농성장 방문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입니다.

보이세요?" "네 보입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8일 412일째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 현장에 방문해 농성 중인 노동자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고,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인권위원장 파인텍 굴뚝농성장 방문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를 찾은 최 위원장은 굴뚝 농성 당사자인 박준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굴뚝 위에서 인권위원장의 전화를 받은 박 사무장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 사무장은 최 위원장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몸이 좋을 수는 없다"며 "최대한 잘 견뎌서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좋은 일이 이뤄지도록 인권위가 노력하겠다"며 "내려오실 때 건강한 모습으로 뵙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박 사무장과 통화하기에 앞서 지상 농성 텐트에서 시민사회 중진들과 만났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은 "파인텍 사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기본적이고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민주화 운동 과정을 통해 설립됐던 그 취지 그대로 이 사태에 접근해 선명하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도 "저 위에 계신 분들은 사용자 측의 노조 불인정, 노사 합의 불이행 등 불법 의지에 맞서 노동 인권을 온몸으로 수호하시는 분들"이라며 "인권위는 인권 수호자들의 수호기관인 만큼 굴뚝 농성자들을 노동 인권 수호자로 지정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원장 파인텍 굴뚝농성장 방문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연내에 이 문제가 타결돼서 저분들이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고 이 땅에 발을 디뎌 동료들과 얼싸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 다음날로 예정된 2차 협상에서 노사와 정부가 합의점을 찾아줄 것을 촉구했다.

성명에서 최 위원장은 "파인텍지회 조합원들이 고공농성 중인 현장을 방문해 대사기능 저하, 수면장애, 불안정한 심리상태 등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상태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공농성은 생명과 보편적 노동 인권 문제로, 올해를 넘겨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절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또 "이 문제가 단순한 노사 문제라기보다 구조조정, 폐업 등 과정에서 반복되는 노사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할 사회적 제도가 미흡한 데서 비롯한 구조적 문제일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헌법상 권리를 주장하기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사 당사자뿐 아니라 정부, 국회, 시민사회 등 사회 전체가 관심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와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 측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첫 교섭을 시작했지만, 견해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노사는 29일 협상을 재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