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공동체의 회복과 육아 나눔] 저출산 문제, 가족 기반의 감성적,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1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 문제는 고착화되는 형국이다. 합계 출산율, 즉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는 0.95명에 불과하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70만 명에 육박하던 신생아 수는 매년 줄어들어 2026년에는 20만 명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태어난 아이보다 사망자가 많아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지역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책을 쏟아 냈다. 2006년 이후 정부가 지출한 예산은 총 143조 원에 달한다. 2018년 한 해에만 20조 원 이상이 투입됐고, 신생아 1인당 대략 6천만 원 정도를 쓴 셈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떤 문제든 이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우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어 봐야 한다. 즉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해법의 효력을 좌우한다. 지금까지 추진했던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그리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아마도 문제의 원인 진단부터 처방까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그간 추진했던 정책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정곡을 찌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저출산 현상의 이면에는 세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첫째,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게 문제다. 남녀가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일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많은 청년들이 혼자 살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설령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 즉 ‘부모 되는 것’을 꺼려한다. 자녀를 가진 가족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지막 문제는 역시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아이를 기르는데서 오는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오히려 아이를 부담으로 느끼는 부부가 많다. 부담의 원인은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가 많겠지만, 우리는 심리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한 살 한 살이 커가는 자녀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간혹 꺼내 보면서 갖는 그 오묘한 감정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식을 막연히 부양해야 할 ‘짐’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위에서 처럼 저출산의 원인을 찬찬히 뜯어보면, 상당 부분 심리적, 정서적 문제와 결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함에 있어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접근에 치중하는 모양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주로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주거 문제라고 진단한다. 육아 문제도 주로 여성의 경제 활동과 연계해서 살펴보고 대책을 내놓는다. 장차 저출산이 가져올 상황에 대해서도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노동력이 고갈돼서 경제 성장률이 낮아진다고 우려한다.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이러하니 정부가 내세운 정책 방안도 당연히 물질주의적이고 기능적인 처방이 주류를 이룬다. 쉽게 말해,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육아 비용을 대줄테니 걱정 말고 아이를 낳고 나라가 지정한 곳에 맡기라고 설득한다. 정부 관료의 입장에서 보면, 참 손쉬운 일 처리 방식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보다 다분히 기술적이고, 행정적인 처방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자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제적 지원 중심의 물질적 처방은 그리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돌봄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국가주의적 발상은 긴 안목에서 보면 부작용도 우려된다. 나라가 보육비용을 지원한다는데, 아이를 맡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문제는 돌봄에 대한 국가적 개입이 커질수록 가족에서 아이가 분리되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단절되어 가족공동체의 해체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부모와 떨어져 지낸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글=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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