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피해자신고센터 개소식서 "더는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야"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 대표 "진실규명 향해 뚜벅뚜벅"
"형제복지원 피해신고센터 개소가 진실규명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6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 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신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한종선 피해자 대표는 웃지도 울지도 않은 채 이런 말을 남겼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지역 복지시설에서 내무부 훈령 410호(87년 폐지)에 따라 부랑인 단속이란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로 가두고 강제노역과 폭행을 일삼은 인권유린 사건을 말한다.

당시 사망자 수만 5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400일 넘게 노숙농성을 벌여온 한종선(43)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대표는 다른 피해자 및 유족들과 이날 개소식에 참석했다.

한 대표는 오거돈 부산시장 사과에 이어 석달여 만에 센터가 문을 연 것을 두고 "부산시 진상규명 노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는 접근성 등을 고려해 전포역 역사 내 상가를 센터 자리로 제안했고, 한 대표와 피해자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한 대표는 "피해 당사자들이 더는 숨어 지내지 않고, 스스로 당당하게 나와서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부산시가 이를 기록하는 장소"라며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는 직접 센터를 찾아와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 대표 "진실규명 향해 뚜벅뚜벅"
검찰은 지난달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지난해 사망)이 피해자들에게 가한 특수감금죄를 무죄로 판단한 1989년 판결을 다시 심판해 달라며 대법원에 비상상고 신청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비상상고가 이유 있다고 판단해 옛 판결을 파기할 수 있지만, 무죄 효력은 바뀌지는 않는다.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다시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진척이 없어 7년째 국회를 떠돌고 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 대표 "진실규명 향해 뚜벅뚜벅"
한 대표는 "비상상고로 무죄를 무죄가 아닌 것으로 바꿀 수는 없고, 당장 피해자 구제가 안 되겠지만, 과거 무죄 판결을 더는 판례로 적용할 수 없게 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국가가 잘못한 부분, 인권유린에는 공소시효를 적용하면 안 된다"며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형제복지원과 같은 불행한 사건은 미래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