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항동 주민들이 25일 서울~광명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며 항동공공주택지구 인근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서울 항동 주민들이 25일 서울~광명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며 항동공공주택지구 인근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와 경기 광명시 소하지구를 잇는 서울~광명민자고속도로를 놓고 인근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했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하 터널 구간의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며 사업을 중단시켰고, 민간사업자인 서서울고속도로도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구로항동지구현안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 항동저수지 앞에서 집회를 열어 민자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250여 명의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유모차를 끌거나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거리에 나와 “불안해서 못살겠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항동초교를 거쳐 목양전원교회까지 2㎞가량 행진한 뒤 해산했다.

이곳 주민들이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민자고속도로 지하 터널 구간이 아파트 단지와 초·중학교 등의 지하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항동대책위 관계자는 “항동지구를 지나는 터널이 항동초와 항동중, 항동유치원 등 주요 시설의 불과 40m 아래에 건설된다”며 “이렇게 되면 지난 9월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처럼 공사 중 학교 지반이 내려앉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로 주민들 반발에 서울~광명고속도로 '안갯속'
항동대책위는 이에 대한 근거로 항동 일대 지반의 지하수 함유율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항동은 지하수 함유율이 0.47%로 서울 평균(12%)보다 낮아 터널 굴착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 및 지반 붕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항동대책위 측 설명이다. 집회에 참석한 최모씨(36)는 “7월 구로구 건물이 이미 한 차례 기울었고, 상도유치원이 지반 약화로 붕괴될 뻔한 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며 “어떻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바로 밑에서 터널을 뚫는 공사를 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정부는 올해 2월 서울~광명고속도로의 사업인정고시(사업승인)를 내줬으나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사업을 중단시킨 상태다. 서서울고속도로는 10월 말 태영건설과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국토부에 착수계를 제출했다. 국토부는 열흘 뒤인 지난달 9일 이를 반려했다. 국토부는 “지하 통과구간 안전성 문제를 비롯해 소음, 진동, 환경 피해를 우려하는 민원이 제기되는 등 공사 착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서울고속도로와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사업 지연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착수계가 반려된 이후 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해진 방침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