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公 "연내 자회사로 전환되는 정규직 2745명"

양대노총 "자회사 편입은 정규직 아냐…사실상 제로"
노조·공사·전문가 '노사전협의회' 머릿수 놓고 노총 갈등
노사 대립·노노 勢대결 파행…1년간 회의 달랑 5번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첫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이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노사전(노동자·사용자·전문가) 합의 1년 만에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인데도 이들의 고용과 처우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노노 간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무리한 정규직화 결정이 갈등 불러

2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노사전협의회가 1만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한 지 1년이 됐지만, 실제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 인원은 자회사인 인천공항운영관리주식회사로 옮긴 2745명이 전부다. 지난해 12월26일 노사전협의회는 공항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9785명 중 2940명(30%)을 공사가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6845명(70%)은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채용을 완료하는 시기도 2018년이 목표라고 못 박았다.
인천공항公 "1만명 정규직 전환" 덜컥 약속하더니…勞勞 싸움에 공회전만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정규직화 달성률은 28%밖에 되지 않는다. 공사 관계자는 “협력업체와의 계약관계가 종료돼야 하는 문제 등이 있어 정규직 로드맵을 2020년께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초 무리하게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게 갈등이 심각해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계획이 없었는데도 대통령의 청사 방문을 계기로 무리하게 1만여 명을 전환하려다 보니 무리가 따랐다는 것이다. 공사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 용역을 맡았던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등은 공사의 적정한 직고용 인원을 854~8093명으로 제안하는 등 기준이 들쑥날쑥 했다. 공사의 정규직 직원들은 이들의 정규직화에 대해 “시험 보고 입사해야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 필요한 협력업체 계약 해지도 쉽지 않아 정규직화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은 아직 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자는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재 인천공항운영관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자회사에 편제된 인원들은 채용 절차에 따라 탈락할 수 있는 변수가 있다”며 “이들을 정규직 전환자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사는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일부 업무 분야의 근로자를 경쟁 채용 방식으로 뽑기로 했지만 노조는 “경쟁 채용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규직화 직원들 처우 놓고 노노 갈등

자회사에서 근무할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둘러싼 노노 간 갈등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더디게 하고 있다. 공사는 기존 61개 용역회사에 지급되던 이익과 일반관리비를 최대한 활용해 정규직 전환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사전협의회는 지난 8월 이들의 임금체계와 복지문제 등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했다. 한국노총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임금협상을 하자는 견해다.

그러나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사가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근로자의 처우개선에 사용해야 할 돈을 회사 운영비로 쓰게 하는 등 근로자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연구 용역 결과대로 진행되는 어떤 합의나 발표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 8월 노사전협의회 참가 대표자 수를 놓고 대립하면서 노노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8월 공항에서 보안을 담당하는 1500여 명의 보안검색 요원이 한국노총에 가입하면서 노사전협의회에 참석하는 대표자의 수가 한국노총 4대 민주노총 3으로 역전됐다. 이전까지는 한국노총에서는 2명이, 민주노총에선 3명이 참석했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노사전위원회는 지금까지 본회의가 5번밖에 열리지 못했고, 지난 10월3일 이후에는 11주 연속 파행을 겪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인천공항 협력사의 채용비리 의혹까지 제기돼 갈등구조가 더 복잡해졌다. 감사원은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인천공항공사 등 4개 기관을 직권으로 감사하기로 하고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