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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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범죄를 규탄하고 여성에게 불리한 편파 수사·판결이 이뤄진다고 주장하는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22일 서울 도심에서 6번째 시위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총 11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는 8월 4일 열린 4번째 시위에서 기록한 최대 참가자 7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앞선 시위까지 다뤘던 이른바 '편파판결·수사 규탄'에 더해 이날은 '웹하드 카르텔'로 불리는 불법촬영물 유통을 비판하는 내용도 구호와 성명에 포함됐다.

10월 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수사 대상이 됐고, 수사 과정에서 양 회장이 '리벤지 포르노'를 비롯한 불법 음란물 수만 건을 유포한 혐의가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참가자들은 '유작마케팅 웹하드사 양진호', '여자 팔아 쌓아 올린 IT 강국' 등 구호를 외치며 불법촬영물 유통 행위를 규탄했다.

'유작마케팅'은 불법촬영물 유출로 피해를 본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영상에 '유작'이라는 제목을 달아 다시 유통하는 행동을 뜻한다.

양 회장이 실소유주인 웹하드 사이트에서 이같은 영상 유통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편한 용기'는 성명에서 "특검을 통해 정재계 웹하드 카르텔을 뿌리부터 샅샅이 털어야 한다"며 "이 나라 경제는 생산자·유포자·소비자·숙박업소·숙박 어플로 연결된 '디지털 성폭력'이 여성들의 삶을 갈아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가자의 '삭발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한 퍼포먼스 참가자는 "얼마 전 웹하드 카르텔 문제가 터진 것을 보면서 대체 이 나라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는 장난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법사위원회 의원들과 각 정당 원내대표들에게 국회에 계류된 여성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는 '문자 총공' 행사도 진행됐다.

주최 측은 무대 스크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메시지를 보내라고 참가자들에게 촉구했다.

구호와 피켓 가운데 일부는 수사·판결이 남성에게 관대하고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강조하는 내용과 함께 남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도 담았다. '경찰 채용 여남비율 9대1로', '여성 장관 100퍼센트 임명하라' 등 내용도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은 앞선 시위와 마찬가지로 참가 자격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하고 현장 출입과 사진 촬영을 통제했다.

시위는 경찰이 사전에 마련한 통제선 안쪽에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붉은색이나 검은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이른 오후부터 속속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출입구가 한 곳으로 정해져 있어 참가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입장했고, 입장 행렬은 집회가 시작된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나도록 이어졌다.

주최 측은 현장에 진행 요원들을 배치해 참가자들을 인솔했다. 참가자들은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인솔자를 따라 줄을 지어 이동했다.

경찰은 '불편한 용기' 측이 촬영을 금지한 점을 고려해 시위대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을 제지했다. 한 중년 남성은 촬영을 제지당하자 "경찰이 왜 사진을 못 찍게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다른 남성은 인터넷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려 카메라를 들었으나 경찰과 주최 측에 가로막혔다.

한편 이날 시위는 잠정적으로 마지막 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불편한 용기 측은 앞서 19일 인터넷 카페에 '6차를 마지막으로 시위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