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성댓글'에 무너진 국내 1위 영유아 매트 업체

경찰, 조직적 비방글 쓴 경쟁업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檢 송치

"입소문 업체와 계약 맺고 맘카페에 악의적 글 올려"

잘못된 정보에 소비자도 피해
'유해물질 검출됐다'는 민원에 성급한 친환경인증 취소 禍 키워
매출 감소로 하청업체도 피해

어린이용 폴더 매트 국내 1위 업체였던 크림하우스프렌즈가 경쟁사의 조직적인 온라인 악성 댓글로 매출이 80% 이상 감소하는 등 수백억원의 피해를 봤다. 정부 산하기관인 환경산업기술원은 경쟁사 민원을 받아들여 석연치 않은 근거로 크림하우스프렌즈에 대한 친환경인증을 취소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일명 ‘맘카페 후기’ 등에 예민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업체는 물론 소비자 피해까지 야기한 사례다. 서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21일 어린이용 폴더 매트를 만드는 A업체 대표 등 3명을 허위사실 유포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쟁업체에 조직적으로 악성 댓글

크림하우스프렌즈는 2015~2016년 어린이용 폴더 매트 시장 1위를 지켜온 업체다. 어린이용 폴더 매트는 접이식으로 거실 바닥 등에 설치해 아이들이 넘어지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한 제품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회원 수가 272만 명인 국내 최대 맘카페 등에 이 회사에 대한 악성 비방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상한 징후를 포착한 회사 측이 추적해 보니 비방글을 유포한 당사자가 A업체 임원들과 같은 교회를 다니는 C씨 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를 근거로 크림하우스프렌즈는 A업체를 경찰에 고소했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 정황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A업체는 외부의 전문 바이럴(입소문)마케팅업체와 계약을 맺고 오랜 시간에 걸쳐 수작업으로 크림하우스프렌즈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달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전문적인 내용을 쓰지 않은 채 진성 소비자인 척하는 수법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인증 취소가 피해 키워

A업체는 크림하우스프렌즈의 친환경 인증 문제까지 파고들었다. 지난해 7월 크림하우스프렌즈의 대표 제품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환경표지인증을 받았다. 이른바 친환경 인증이다.

A업체는 크림하우스프렌즈 제품에서 유해물질인 디메틸아세트아미드(DMAc)가 검출됐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기술원은 지난해 11월15일 해당 인증을 취소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증 취소가 졸속 처리됐다는 점이 밝혀졌다. 기술원 측은 “DMAc에 대한 국내 기준이 없어 북유럽의 친환경 인증 기준치인 100ppm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제품에선 157ppm과 243ppm의 DMAc가 검출됐다. 그러나 DMAc에 대한 북유럽 친환경 기준은 100ppm이 아니라 1000ppm이었다. 기술원 측은 “기준을 강화한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을 내놓았다.

이 사건으로 크림하우스프렌즈는 매출이 84% 감소하는 등 148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회사 생산직 근로자와 하청업체 직원 상당수도 줄줄이 일자리를 잃었다. 불안감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직원들도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후기를 살펴보고 사는 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여론 조작이 심심찮게 일어난다”며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