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검사대에서 여행자의 휴대품을 검사할 때 사적인 물품을 제3자가 볼 수 있게 한 것은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 침해에 해당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인권위는 21일 관세청장에게 칸막이 설치나 수하물 검사대-대기선 거리 조정 등 대책을 마련해 소속 세관에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김 모(남) 씨는 2016년 12월 중국에서 입국할 당시 세관 직원이 손짐을 검사한다며 가방 속에 있는 속옷 등을 다른 세관 여직원 등 타인이 보는 데서 꺼내 수치심을 줬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박 모(여) 씨도 지난해 12월 김포공항 세관직원이 칸막이 없이 다른 여행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속옷, 위생용품 등 개인적인 물건을 검사를 받아 사생활을 지켜주지 않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당시 세관은 관세법 등 관련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검사했다고 주장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유리 칸막이도 설치하고 검사 대기자가 현재 검사 중인 물품을 볼 수 없도록 대기선도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인권위는 관세법에 따른 여행자휴대품 검사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휴대품 소지자의 신체나 물건에 직접적인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해 검사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또한 해당 세관에서는 여전히 대기선에 있는 제삼자가 소지품 검사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구조인 만큼 검사 당사자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인권위 관계자는 "법률에 의한 검사대상자라는 이유로 검사 과정이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지 않아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주는 것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침해"라고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원장 재임 시 2억원씩 2차례 제공 혐의…MB, 1심서 2억원만 유죄 인정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국가정보원 자금 4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김성호 전 국정원장에게 검찰이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별도의 설명 없이 이같이 구형했다.김 전 원장은 취임 초기인 2008년 3∼5월 이 전 대통령 측에 특수활동비 2억원을, 이후 4∼5월 추가로 2억원을 건네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그러나 지난 9월 첫 공판에서 "마치 모르는 사람의 상가에 끌려가서 강제로 곡을 해야 하는 생소한 느낌"이라며 "이 사건의 내용을 모른다"고 혐의를 부인했다.금품수수자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2008년의 2억원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추가 2억원은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았다.김 전 원장 측은 유죄로 인정된 2억원에 대해 "당시 정권의 핵심 실세였던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이 자금 지원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김 전 원장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도 "'국정원장은 모두 청와대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논리는 절대적 명제가 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한 정권의 하수인이 저지른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김 전 기조실장을 겨냥한 말이다.법무부장관을 지낸 김 전 원장은 자신이 "법치주의 신봉자"라면서 "제가 자금을 제공했다면 말 못 할 이유가 없다.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을 감추거나 인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선고는 내년 1월 31일 오후에 이뤄진다./연합뉴스
검찰 "막대한 범죄수익 얻고 사이트조차 모른다고 부인…죄질 불량"검찰이 도피생활 끝에 붙잡힌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운영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 심리로 열린 A(45·여)씨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6년과 추징금 14억여원을 구형했다.검찰은 "15년 이상 음란사이트를 운영해 막대한 범죄수익을 취득했고, 성범죄의 온상이 된 것을 방조했다"며 "그런데 소라넷이라는 사이트조차 모른다고 전면 부인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설명했다.A씨는 남편과 다른 부부 한 쌍과 함께 1999년 9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외국에 서버를 두고 소라넷을 운영, 회원들이 불법 음란물을 공유·배포하는 것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2015년 소라넷에 대한 수사가 착수된 이후 운영진 6명 중 국내에 거주하던 2명이 먼저 붙잡혔고, 나머지 4명은 나라를 옮겨 다니며 수사망을 피했다.이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여권을 보유하고 있던 A씨가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 따라 지난 6월 자진 귀국해 구속됐다.그러나 A씨는 소라넷 운영은 전적으로 남편과 다른 부부가 한 일이고,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주부라며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해 왔다.은행 계좌관리와 휴대전화 개통·사용 등을 전적으로 남편이 해 왔기에 검찰이 제시한 증거 역시 남편의 범행을 입증하는 것일 뿐이라는 취지다.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소라넷이라는 것을 처음 안 것은 2016년 4월"이라며 "결혼하고 10년 넘는 기간 남편이 소라넷에 관련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울먹였다.그는 "조사를 받으면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며 "조사를 받을 때 모르는 사실을 나열하며 제가 가담했다고 하는데, 모른다고 하니 어떻게 모르냐고, 모르는 것도 죄라고 추궁하더라"고 말했다.이어 "남편이 어디까지 소라넷에 구체적으로 연관됐는지 모르고, 번역·가이드 일을 하는 것으로 믿고 무관심했고 주의 깊지 못했다"면서 "태생적인 성격과 무관심한 태도 등 삶을 돌아보며 많이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A씨는 "제가 정말 소라넷 운영에 가담했다면 한국에 와서 구속돼 재판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