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이용객 3천명 증가…버스·도시철도 연장 운행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전국 택시업계 총파업에 맞춰 대구지역 택시 기사들도 20일 파업에 동참했다.이날 대구 택시 운행률은 4.8%로 집계됐다.대구 택시운송사업조합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날 파업에 동참한 택시는 개인·법인을 합쳐 1만5천400여 대(휴업 제외)이며 택시운행정시스템·카드결제로 파악한 운행 택시는 700여 대로 나타났다.택시 파업은 오는 21일 오전 5시까지 이어진다.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앞 상경 투쟁에는 법인 택시 150대(운전기사 600명), 개인택시 50대(200명)가 참가했다.택시가 멈춰 서면서 동대구역을 비롯해 대구 시내 주요 택시정류장은 평소와 달리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업무차 대구에 온 박영일(39·울산)씨는 "택시 파업을 하는지 몰랐다"며 "택시가 한 대도 없어 급하게 연락이 닿은 회사 동료 승용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에서 온 이모(38)씨는 "회사 업무로 대구에 왔는데 택시가 없어 많이 불편하다"며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대구시 '두드리소' 상담에는 이날 54건의 택시 파업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접수된 민원 중 대부분 택시 파업에 따라 시내버스 노선을 묻는 내용이 상당수였고, 운행 중단 이유를 묻거나 언제쯤 풀릴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포함됐다.대구시는 오전부터 주요 택시 승강장에 직원들을 배치해 파업 사실을 모르는 시민 등에게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할 것을 알렸다.동대구역 앞 택시 승강장에 배치된 대구시 관계자는 "파업 소식을 듣지 못한 시민들에게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것을 알렸다"며 "내일 오전 6시까지 직원들이 교대로 주요 택시 승강장에 투입될 예정이다"고 전했다.택시를 기다리다 결국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자 출근길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많이 붐볐다.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오전 9시까지 지하철을 이용한 시민은 지난주 목요일보다 3천명가량 늘었다.또 승용차 요일제가 해제되면서 출근길 자가용 차량 운행도 부쩍 늘었다.대구시는 20일 하루 택시 부제를 전면 해제하고 승용차 요일제에 해당하는 차량(5천대)의 요일제를 한시적 해제했다.시내버스는 급행 1~8번 8개 노선을 21일 오전 1시까지 연장 운행하고 총 95대의 버스를 추가 운행했다.도시철도는 1~3호선 합계 총 20편을 늘렸고 버스와 마찬가지로 21일 오전 1시까지 연장 운행한다.대구와 달리 경북지역은 전체 9천200여대의 절반가량인 4천500여대가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추산됐다./연합뉴스
“새 친구(카풀 서비스) 사귀는 것보다 오래된 친구(택시산업)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정부가 불법 (카풀)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 경영진을 당장 구속해야 합니다.”(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공유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된 ‘카카오 카풀 서비스(출퇴근 차량 공유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다. 겉으론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하지만 결국엔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번번이 좌절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택시파업 현장에 달려간 정치인들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제3차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공유경제를 적대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20대 총선 공약으로 공유경제 활성화를 내걸었던 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부의 카풀 서비스 도입 정책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법을 바꿔 아예 카풀 서비스를 한국에서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전현희 의원도 “택시업계를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달랬다.택시업계 측은 실력 행사를 통한 압박으로 국회를 굴복시킨 ‘우버 사태’의 재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우버 측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서비스 도입에 총력전을 폈지만 결국 정치권은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한 택시노조 관계자는 “세계 택시 시장을 잠식한 우버를 우리가 퇴출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협상 전권이 정치권에 있는 이상 이번에도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한국에서 새로운 공유경제 사업자가 나타나면 기존 사업자가 조직적으로 반발, 굴복시킨 사례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버스를 부르면 승객에게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으로 전세버스가 오는 ‘콜버스’ 사업도 택시업계가 신문에 반대 광고까지 실으며 강력히 반발해 멈췄다. 중고차 매매 플랫폼 헤이딜러도 마찬가지다. 지역구에 자동차 매매업자가 많은 한국당(당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2015년 11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해 헤이딜러 영업을 막았다.“정치력 부재가 문제”정보기술(IT)업계에선 이번 파업을 계기로 카풀 서비스 자체가 무산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규제 완화 등 신사업에 대해선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원격의료 일부 허용이나 공공 빅데이터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내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우려해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해외에서도 새로운 서비스 등장에 기득권의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협상력을 발휘해 공유경제를 안착시켰다. 지난 7월부터 차량공유 서비스를 허용한 핀란드는 택시 면허 내에서 우버 운행을 허용하되 택시 면허 총량 규제를 폐지하고 택시 요금을 자율화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카풀 사태 등은 정치력 부재에서 시작됐다”며 “다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택시업계의 공감대가 부족한 만큼 더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세계 주요국은 공유경제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의 원조인 우버의 기업가치는 720억달러(약 80조7700억원)로 성장했다. 주거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310억달러·약 34조8000억원) 등도 모두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기업이다.이날 승차 공유서비스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에 반발하며 기획재정부 산하 규제개혁 기구인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공유경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김우섭/김소현/배태웅 기자 duter@hankyung.com
한국식 공유경제의 출발점으로 기대를 모았던 카카오의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가 국회 앞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20일 서울 여의도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제3차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2만 명, 경찰 추산 4만~5만 명의 택시기사가 몰렸다. 이들은 “국회를 포위하겠다”는 엄포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카풀 전면 중단”이라는 구호로 여의도를 뒤흔들었다.정치권에서도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국회의원 10여 명이 나왔다. 민주당 카풀·택시태스크포스(TF) 팀장인 전 의원은 “택시업계의 생존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약속하겠다”고 공언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카풀 서비스) 정책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했다. 2016년 20대 총선 공약으로 공유경제 활성화를 내세웠던 한국당은 당론으로 ‘카풀 반대’에 나서기로 했다.정보기술(IT)업계는 4년 전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가 좌절된 데 이어 카카오 카풀까지 막히면 한국 시장에선 공유경제 서비스가 발을 내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유경제 활성화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부족한 정치권이 협상 전면에 나서면서 정치적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한 IT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도 못 하는 사업을 스타트업이 시도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이번 파업은 혁신성장을 위한 정부의 준비가 ‘빈말’에 그쳤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