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시행령 개정 강행에 '쓴소리'

경총 "절박한 경제현실 감안해 최저임금 시행령 철회해야"
기업들 '인건비 폭탄' 우려
“문재인 대통령도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말했는데, 고용노동부만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손경식 "대통령도 최저임금 보완 지시했는데…왜 고용노동부만 딴소리 하나"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이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고용부에 쓴소리를 했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포럼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최저임금 시행령이 그대로 통과되면 기업 부담이 크다는 우려를 고용부에 전했다”며 “경영계가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와 고용부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고용부가 월급·주급제 근로자의 ‘쉬는 토·일요일’(유급휴일)을 모두 최저임금 계산 기준 시간에 넣는 내용을 뼈대로 한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면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1주일에 한 번 이상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통상 기업들은 일요일을 유급휴일로 처리하면서 주휴수당을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근로자는 실제 일한 시간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한국과 터키에만 있는 제도다.

경제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최저임금 보완을 지시했는데도, 정작 고용부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노무담당 임원은 “최저임금 제도 보완을 지시한 문 대통령의 말이 결국 ‘립서비스’였는지, 아니면 고용부가 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고 딴소리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최저임금 시행령은 이날 차관회의에서 통과됐다. 다음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경총은 성명서를 통해 “기업들이 생존 여부까지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경제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시행령 개정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국무위원들의 합리적 결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회에 최저임금 결정구조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년 후 인건비 폭탄에 짓눌려 기업이 줄줄이 주저앉게 될 것이란 우려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전문가그룹의 인상구간 제시→노사 대표 협의→정부 결정’의 3단계 구조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정부가 이를 고시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노사 갈등 및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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