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주물공장에서 근로자가 쇳물을 받아내고 있다. 경기침체로 외국인 근로자를 내보내는 주물공장이 늘고 있다.     /한경DB
인천의 한 주물공장에서 근로자가 쇳물을 받아내고 있다. 경기침체로 외국인 근로자를 내보내는 주물공장이 늘고 있다. /한경DB
경기 김포시에 있는 주물업체 S사는 내년에 종업원 세 명 정도를 내보낼 계획이다. 전체 인원 30명의 10%에 이르는 것이다. 주물업은 작업환경이 열악해 인력난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이 회사의 김모 사장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는 주물업체에서 사람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속에 일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일감이 작년보다 10%가량 줄었다.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부품 및 가전제품 부품업체의 발주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회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공장 문을 닫는 업체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권의 중견 주물업체는 이달 초 부도가 났다. 업력이 수십 년에 이르고 한때 매출이 500억~600억원에 이르는 업체였다.

인천의 도금업체는 종업원들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자 기숙사비 등 그동안 회사가 종업원 배려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복리후생비 일부를 임금에 포함시키자 근로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세 끼 식사와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입사했는데 이제 와서 이를 임금에 포함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쟁은 내년에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온 경기침체는 더 큰 문제다. ‘경기침체→일감부족→과당경쟁→채산성 악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업종의 침체로 일감이 줄자 중소제조업체 간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납품단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납품단가를 올려도 채산성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마당에 오히려 제살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주물 도금 열처리 금형 등 뿌리산업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지급능력을 감안해 정해야 하는데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로 중소제조업체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치열하게 단가 싸움을 하는 수출업체로선 글로벌 경쟁력의 급속한 하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